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신제품 '켈리'와 '크러시'가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켈리는 초반 기세가 다소 꺾였고 크러시는 주점 등 유흥 시장 공략이 기대만큼 풀리지 않아 가정으로 전략을 틀었다.
20일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소매점 기준 10월 켈리 매출액은 182억 원으로 점유율 5위(6.07%)를 기록했다. 켈리는 올해 4월 출시한 하이트진로 맥주 신제품으로, 출시 36일째 출고량이 100만 상자(330㎖)에 달하는 등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 이는 하이트진로 맥주 '테라'보다 3일 빠른 성적이다.
다만 여름을 기점으로 켈리의 기세등등한 공세는 다소 꺾였다. FIS 소매점 기준 6월 6.61%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한 후 7월 6.82%, 8월 6.93%로 꾸준히 성장했지만 9월 6.31%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10월에는 점유율이 6.07%에 머물렀고 순위는 전달 4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하이트진로는 켈리를 새로 출시, 창립 100주년인 내년 맥주 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마케팅 공세도 이어졌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3분기 판매관리비를 7424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6415억 원)보다 15.7% 증가한 수준이다. 출시 초반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이 빠지면서 점유율도 자연스레 내려 앉았다는 분석이다.
롯데칠성음료도 맥주 신제품 크러시가 고전 중이다. 크러시는 지난달 21일 출시돼 유흥시장을 주요 시장으로 타깃 삼은 제품이다. 광고 모델로 인기 아이돌 '에스파'의 카리나를 선정하는 등 공을 들였다.
다만 유흥시장에서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구체적인 판매량 수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유흥 시장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가정 시장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크러시는 당초 내년 1월께에나 가정 시장에 크러시를 출시할 예정이었는데, 계획보다 빠른 이달 초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지난주부터는 편의점에 크러시를 공급 중이다.
크러시가 좀처럼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것은 유흥시장에서의 낮은 입점률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강자 카스가 워낙 공고하게 버티는 데다, 하이트진로가 탁월한 영업력으로 자사 제품 '테라'를 공급 중이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 기존 맥주 제품인 클라우드가 입점한 매장은 크러시를 들여놓기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유흥시장에서 클라우드 점유율이 미미한 탓에 이 또한 녹록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강자 카스와 테라의 벽을 넘기가 어려워지자 두 맥주 신제품은 새 전략을 고민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는 여름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가을 들어 켈리 판매량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간 내 켈리를 시장에 안착시킨 뛰어난 영업력을 통해 앞으로도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유흥, 가정 시장을 가리지 않고 일단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크러시를 이미 인식하고 궁금해 하는데 유흥 채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가정으로 확대하게 됐다"며 "내년 캔 제품도 출시해 보다 다양한 제품군으로 소비자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