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을 땅에 심는 대신 영양분이 있는 배지에 심고 기르는 수경재배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여기에 사용한 물과 비료를 다시 사용하는 순환식 기술이 개발됐다. 농가는 생산비를 줄이고, 자원 사용을 줄여 탄소배출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은 수경재배에서 사용하는 물과 비료를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는 '순환식 수경재배 품목별 배액 재사용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농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경재배 면적은 2000년 474㏊에서 2021년 5634㏊로 약 12배 증가했다. 작물 이어짓기로 인한 병해충 피해를 막고 작물 생산성과 작업 편의성을 높일 수 있어 딸기와 토마토 등 시설 과채류가 전체 수경재배 면적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작물을 재배하면서 배출되는 비료액(배액)의 양분 불균형(과잉‧부족)을 조절하기 어려워 이를 다시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비순환식 수경재배가 전체 면적의 9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이에 농진청은 작물의 생육 특성을 반영해 배출되는 배액의 희석농도를 조절하고, 2주 간격으로 양분 불균형을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순환식 수경재배에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배액을 재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농진청 연구진은 딸기와 토마토를 비롯해 파프리카, 멜론 등 주요 수경재배 작물 4개 품목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3년 동안 배액 희석, 양분 보정 등 정밀 양분관리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그 결과 작물의 수확량과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등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 작물별로 딸기는 비순환식보다 비료 구매비는 21%, 탄소 배출량은 26% 줄었다. 토마토는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모두 63%씩 감소했다. 파프리카도 비료 구매비 63%, 탄소 배출량은 61%, 멜론도 1년 3회 재배 기준으로 개발 기술을 적용했을 때 비료 구매비와 탄소 배출량 모두 34%씩 줄었다.
딸기 등 4개 품목 수경재배 면적인 4386㏊의 10%를 순환식으로 전환했을 때 매년 2만2000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나무 216만 그루가 한 해 흡수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규모다.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환경보전과 자원 절감이 가능한 순환식 수경재배 지침'으로 펴내 도(道)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보급할 예정이다.
2024년 신기술보급 시범사업을 통해 강원 철원군을 포함한 전국 14곳에 적용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를 추가로 추진해 현재 5%인 순환식 수경재배 보급률을 2028년 10%까지 높일 계획이다.
김명수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설원예 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제한된 자원의 재활용은 매우 중요한 화두"라며 "순환식 수경재배 기술 적용으로 버려지는 농업용수와 화학비료를 재사용해 탄소배출 저감은 물론 생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