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이어진 적자에 결국 청산
공정위 대기업 지정에 ‘내부거래 줄이기’ 해석도
농심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의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한 회사 엔에스아리아가 최근 청산하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엔에스아리아는 온라인몰을 통해 농심 제품을 비롯한 식자재를 판매하는 기업 간 거래(B2B)를 주로 한 기업이다. 농심그룹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포함됐는데, 내부거래 문제를 의식해 이런 선택을 했다는 해석이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에스아리아는 11일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기업을 해산한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신동윤 회장과 부인, 자녀가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다.
엔에스아리아는 청산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2017년 설립 이후 계속해서 적자가 이어지면서 사업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엔에스아리아는 지난해 28억 원, 2021년에는 4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농심이 공정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린다. 농심은 면은 농심이, 스프는 농심태경이, 제품 포장재는 율촌화학이 공급하는 수직 계열화를 통한 내부거래가 활발한 기업이다.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농심의 내부거래 의존 비율은 83.3%로, 대방건설(93.3%), 두나무(85.7%), 일진(84.2%)에 이어 전체 대기업집단 중 4번째였다.
내부거래는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로 이어질 수 있어 공정위의 규제 대상이다. 구체적인 비중은 알 수 없지만 엔에스아리아는 온라인 유통업을 하면서 농심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율촌화학 관계자는 "엔에스아리아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식자재를 판매하는 업체였는데, 농심뿐 아니라 경쟁사 제품들도 팔았다"며 "엔에스아리아가 수년째 실적이 좋지 않아 청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엔에스아리아 청산 외에도 농심그룹의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 대행업체인 농심기획 매각도 추진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인 이노션과 협상 중이며 절차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춘호 회장 삼남 신동익 부회장 회사 메가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호텔농심도 기업 해산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4월 호텔 사업은 농심에 양도하고, 위탁급식 사업은 브라운에프엔비에 매각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빠져나왔다.
최근 농심그룹 3형제가 계열 분리에 힘을 싣는 것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농심 오너 일가는 장남 신동원 농심 회장은 식품 사업을, 신동윤 율촌화학 회장과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각각 화학과 유통 사업을 맡는 식으로 계열 분리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