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치료제 美FDA 첫 승인…암·희귀질환 정복 성큼

입력 2023-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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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12-13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크리스퍼 치료제 1회 투약으로 완치 효과 [유전자가위 FDA 승인①]

국내는 개발 시작 단계…정부 투자 늘리고, 규제 완화해야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질병을 완전히 정복할 실마리가 나왔다. 해외 주요 의약품 당국의 정식 허가를 받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등장하면서다. 국내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 세계 신약 개발 기업들이 유전자가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8일(현지시각)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가위 치료제 ‘카스거비’를 정식 승인했다.

카스거비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최초의 치료제로, 미국의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의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 규제기구(MHRA)가 처음으로 승인했다.

카스거비의 승인이 업계 이목을 끈 이유는 치료 효과와 고가의 가격에 있다.

유전자가위는 인체에 문제를 유발한 유전자를 편집해 암과 희귀질환 등 난치병을 치료한다. 환자의 몸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내부의 유전자 일부를 삭제하거나 변형시켜 재주입하는 방식이다. '치료제'로 불리고 있지만 ‘치료법’에 가까우며, 카스거비의 가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약 220만 달러(29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가의 가격만큼 투약 효과가 극적이다. 한 번의 투약으로 완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 환자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초승달 형태로 일그러진다. 카스거비는 환자의 유전자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라내 헤모글로빈의 변형을 막는다. 질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도 영구적이다.

카스거비에 적용된 핵심 기술에 관한 관심도 높다. 카스거비는 3세대로 구분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했다.

크리스퍼는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 2세대 ‘탈렌’보다 설계가 단순하고, 가장 정교하게 유전자를 편집할 수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 플랑크 감염생물학연구소 교수와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업들도 후발주자로 유전자가위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툴젠, 앱크르론, 진코어 등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확보하고 난치병 치료제 후보물질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툴젠은 파이프라인으로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TGT-001’,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TG-wAMD’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앱클론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체내 면역세포인 ‘T세포’를 변형하는 카티(CAR-T)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변형된 T세포는 정상 세포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특이적으로 공격하게 된다.

진코어는 선천 망막 질환과 뇌 질환 치료제를 연구한다. 최근에는 차바이오그룹 산하 차종합연구원, 차바이오텍과 겸상 적혈구 빈혈 및 베타지중해빈혈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기술 잠재력도 크다고 평가한다. 다만 정부의 관련 분야 투자 확대와 상업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김희권 성균관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유전자가위 기술력은 미국이 압도적이지만, 국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들도 이를 따라잡을 만큼 큰 관심을 두고 연구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신약 개발과 마찬가지로 유전자가위 개발도 10년 내외로 긴 시간과 조 단위의 비용이 필요한 과정”이라며 “정부와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성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가 유전자가위 관련 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연구를 수행하고, 신속히 상업화하기 위해서다.

이형기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신약을 국내 도입하기 위해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국내 첨바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규제 수준이 높아 산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며 “유전자가위 활용의 법적, 윤리적 규칙을 확립할 새로운 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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