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목적 사용 가능성…의료진 충분한 정보 제공·시술 이력 기반 상담
보툴리눔 톡신 시술 이후 효과가 떨어진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74%가 그렇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접근성이 좋은 만큼, 안전성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제영 압구정 오라클피부과 대표원장은 6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안전한 보툴리눔 톡신 사용 문화 조성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국민 인식조사를 통해 본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사용 실태’를 발표했다.
박 원장은 “20~59세 보툴리눔 톡신 시술 유경험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가 연간 2회 이상, 1회 시술 시 2부위 이상 진행할 정도로 다빈도, 고용량 시술 경향성을 확인했다”면서 “효과 감소 등 내성 발생의심 현상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이전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용량, 더 빠른 주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성이 발생하면 단순히 에스테틱 영역에서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다. 박 원장은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기면 미용 목적의 보툴리눔 톡신 효과가 떨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치료 목적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50~60대 뇌출혈,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사용하기도 한다. 내성이 생기면 생명과도 직결되는 치료목적으로 사용했을 때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환자들이 보툴리눔 톡신과 관련한 정보 습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툴리눔 톡신 관련 정보에 대해 16%만이 정보 대부분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고, 정보 습득 경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1%가 지인이나 SNS 등 비의료진으로부터 습득한다고 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규제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2021년 질병관리청이 실시한 24개 보툴리눔균 보유기관 관리 실태 점검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불법거래와 관련한 인적 보안 미흡 △보툴리눔 톡신 취급자 이직에 대한 법적 근거 부족 △취급자에 대한 자격 및 결격사유 부재 △국외 균주와의 유사성 법률 위반 사례 등이 드러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술 환자가 전 세계 인구 대비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조 및 판매 허가업체만 해도 17곳인데다 생산 공장도 한국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가격도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
김인규 연세대학교 K-NIBRT 교수는 “미국에서는 보건복지부(HHS),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립보건원(NIH), 연방수사국(FBI),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포괄적으로 철저하게 각 부처가 할 일을 단계별로 정해놓고 엄격하게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안전관리를 진행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다. 국내에서 사용 빈도가 더 높은 만큼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톨리눔 톡신의 환자 대상 안전 사용을 위해 의료진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은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심층 상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시술을 해야 한다”며 “의료진은 부위별 적정 주기와 용량을 안내해야 하고,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설명해야 한다. 또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별 차이 등을 전달하면서 내원 환자의 과거 시술 이력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문옥륜 보툴리눔톡신안전사용위원회 위원장(한국위해관리협의회 이사장)은 “30년 가까이 치료와 미용 목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이 폭넓게 사용돼왔다. 그러나 치료용으로도 사용되는 의약품인 만큼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보툴리눔톡신안전사용전문위원회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의 안전한 사용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정부의 규제 강화 필요성을 전달하고 의료진과 소비자에게도 인식의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매년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2년 64억 달러(약 8조3993억 원) 규모에서 연평균 11.5%의 성장률로 2030년 154억 달러(약 20조2109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시장도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삼성증권 헬스케어 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230억 원 규모에서 올해 2090억 원 규모로 5년 새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