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 의존…제2의 테라-루나 사태 위험 키워”
“불투명한 정보 독점, 미흡한 투자자 보호…제재 필요"
“공정한 경쟁질서에서 획득한 시장 지위는 충분히 누릴 수 있지만, 선두 주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공정경쟁 질서는 중요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최근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은 업비트가 80%대를 점유하고 있다. 민 의원은 “독과점에 따른 시장 지배적 우월적 지위의 남용은 오랫동안 경험한 문제”라며 “가상자산 시장이 초기에 제대로 된 거래관계 및 공정질서, 투자자 보호 등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의원은 “자본시장 과점 문제는 자율경쟁 체제 도입이 이론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라면서도 “시장이 자정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 규제가 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으로 성장해 온 점에 비춰볼 때 향후 가상자산 시장도 금융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규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민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협의체 성격상 법정 단체가 아닌 자율 규제 단체인 닥사가 투자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닥사 소속 대형 거래소들이 버거코인 장사로 수수료 수입만 챙기고,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닥사의 자율규제에만 의존해 버거코인에 의한 제2의 테라·루나 사태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닥사는 법정 단체는 아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율 규제를 하겠다며 만든 대표 단체”라며 “대표 단체로서 5대 원화마켓 협의체 성격보다는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에 대한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 7월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 민 의원은 2021년 가상자산법안, 2022년 디지털자산 거래 법안 등 가상자산 관련 법률 발의에 참여하며 일찍이 가상자산 시장에 관심을 두기도 했다.
민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 발전 속도가 제도 정착보다 빠르다”며 “테라·루나 사태, FTX 붕괴, 바이낸스 법률적 조치 등을 겪으며 가상자산 시장에서 드러난 문제점에도 여전히 시장은 건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은 기민하게 움직이는 시장에서 거래질서 확립과 투자자보호 차원의 제도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투명하지 않은 정보 독점과 소비자 보호를 게을리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강력한 제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에 목적을 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외에도 향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2단계 법안도 준비 중이다. 민 의원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법률 제정에 앞서서도 책임감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닥사에 대해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 가상자산 사업 주체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제도화에 참여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있다”며 “코인 가격에 따라 투자자 희비가 엇갈리는 반면 거래소는 거래량에 따른 수수료가 수입이기 때문에 현재 제도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자를 위한 법이라고 해서 책임감이 결여된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법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며 “초기 발전 단계에 있는 가상자산 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에서 법안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