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생태계 리포트中] 업비트 독과점, "서비스 개선 결과" vs "단타 투기 악순환"

입력 2023-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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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시장경쟁"
출혈경쟁 아닌 사용자경험 개선
잠재적 우려뿐 큰 부작용 없어

"투자자 피해 우려 지속"
국내 알트코인 시세조종 우려
급등락 반복되며 손실 눈덩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이 사실상 과점 이상의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전문가 모두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라는 의견을 모았으나, 당장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해보면, 관련 업계 및 전문가 대다수는 업비트가 국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비트의 시장 독점과 관련해서는 시장을 국내 시장으로 한정할지, 글로벌시장까지 봐야 할지에 따라 독점 지위에 대한 해석이 갈렸다. 다만, 국내 업계에선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국내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는 “시장 획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독점적 지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겠지만, 업비트는 독점 사업자로는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막연하게 독점 사업자니까 피해가 ‘있다 또는 없다’고 판단할 수는 없고 특정한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 과연 그런 행위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론 여러 사업자들이 경쟁을 하는 구조가 좋겠지만, 그걸 인위적으로 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비트의 독점으로 인해 현재 시점에서 어떠한 폐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독점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당장 독점에 의한 폐해는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잠재적인 부작용이 우려될 뿐 딱히 (업비트의 독점이) 부작용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큰 부작용이 없다는 측은 현재의 시장 구조 상황이 서비스와 수수료 등 이용자의 복리후생에 대한 경쟁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업비트가 사용자경험·사용자환경(UXㆍUI) 등을 혁신해 현재 점유율을 자연스럽게 가져간 것은 맞지만, 이후 서비스나 생태계 측면에서 혁신을 저해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이 있다는 측은 현재 시점에서 독점으로 인해 △거래량 쏠림으로 인한 시세조종 우려 △단독 상장 악순환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거래량이 업비트로 쏠리면서 많은 가상자산, 특히 시세변동이 심한 알트코인의 거래가 사실상 업비트에서만 이뤄지고, 이 때문에 시세조종이 쉬워진다는 우려가 크다.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상위 종목은 대부분 시세 조종이 쉬운 알트코인이다. 특히 이날 거래량 1위를 기록 중인 스택스(STX)의 경우 전체 거래의 48.25%가 업비트에서 이뤄질 정도로 편중이 심하다. 대부분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거래되는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 최근 비트코인이 4만 달러를 넘어서며, 5일 오후 2시 기준 비트코인이 업비트 거래량 2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 거래소에 거래량이 집중됨과 동시에 알트코인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유동성이 폭발하면서 세력이나 큰손이 가격에 개입하기 쉬워진다”면서 “이는 단타 위주의 투자 풍조와 시세조종, 거래량 쏠림이 순환적으로 계속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급등락 현상이 반복될수록, 투자자들은 가치투자보다는 단타에 매몰되고, 실제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수수료가 주 수입원인 거래소 특성상 다른 거래소들 역시 생존을 위해 업비트에 없는 자산을 상장하게 돼 무분별한 상장과 폐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렇게 단독 상장된 코인은 역시 가두리 상태가 돼 인위적인 가격 상승과 덤핑의 표적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는 것이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다른 거래소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업비트에 상장되지 않은 잡코인 상장하는 것밖에는 없다”면서 “이 때문에 제대로 필터링되지 않은 사기성 코인들이 많이 상장되게 되고, 작전 세력에 의해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이 반복되며 전체 시장이 점점 양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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