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상장 “투자자 보호 우려”…"시세조종 취약 알트코인↑"
부실한 코인 프로젝트, 결국 상장 폐지와 투자자 피해로 전이
업비트 독주 체제가 공고화되면서 국내 거래소는 생존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수수료 무료 이벤트 및 각종 인센티브의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 속에 일부 거래소는 신규 상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인 상장 관련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5일 본지가 올해 하반기(2023년 7월~2023년 12월 5일) 국내 5대 원화마켓 거래소에 새롭게 상장한 가상자산을 조사한 결과, 코인원 61종·빗썸 49종으로 두 거래소가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신규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업비트 9종, 고팍스 5종, 코빗 4종 순으로 신규 상장이 이뤄졌다.
빗썸은 올해 상반기에도 63종의 가상자산을 신규 상장해 5개 원화 거래소 중 가장 많은 가상자산을 상장했다. 지금까지 신규 상장한 가상자산을 합하면 112종에 달한다. 코인원은 상반기와 하반기 합쳐 78종이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31종, 코빗은 10종, 고팍스는 8종이다.
빗썸과 코인원이 상장에 열을 올리는 건 업비트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가는 상황에서 사실상 거래소 간 차별 전략이 '상장'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보수적으로 상장과 상폐에 임했지만, 경영난을 타개 하기 위해 신규 상장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하지 않는 코인원으로서는 신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코인원 관계자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상장 기조를 유지하는 코빗은 대신 옥외·TV 광고 등 마케팅에 힘을 주기로 했다. 고팍스는 바이낸스 인수 문제로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신규 상장에 소극적이다.
한편,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 상장 폐지 역시 이어졌다. 올해 하반기 업비트는 5종 △빗썸 11종 △코인원 13종 △코빗 1종의 △고팍스 5종의 가상자산을 거래 지원 종료했다. 이중 DAXA(닥사·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의 결정으로 거래지원이 종료된 건 △리니어파이낸스(LINA) △렌(REN) 2종뿐이다.
가상자산 검증 및 상장 규제가 촘촘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상장이 활발해지자, 일각에서는 부실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닥사의 공통 상장 폐지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결국 거래가 활발해 (거래소에) 돈이 되는 코인이 무엇일지 판단해 상장하는 것”이라면서 “당장 버는 돈이 없는데 법적 효력이 없는 닥사 가이드라인이 무슨 소용이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국내 이용자들이 시세 조종 등에 취약한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FIU 상반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거래 비중은 50.4%에 달하지만, 국내에서는 25.7%에 불과하다. 국내 유통되는 가상자산 622종 중 59%가 단독 상장된 코인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상위 10개 종목 중 4종목이 단독 상장된 알트코인이다.
부실한 코인 프로젝트는 결국 상장 폐지와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이용자들이 알트코인 거래를 선호하는 만큼, 프로젝트에 대한 더 촘촘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금융당국은 민간 전문가들과 상장과 폐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나섰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년 상반기에나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