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보완하면 경쟁자 될 수 있어
인도와 중국의 제약기업들이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신흥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기술력을 보완할 경우에는 국내 CDMO를 위협할 경쟁자로 평가를 받는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부터 임상, 제품 생산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CDMO가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설리반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CDMO 시장은 2020년 113억 달러(약 14조 원)에서 연평균 10% 성장해 2026년 203억 달러(약 2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의약품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생산 단가는 비싸지만, 선점하면 그만큼 수익을 얻어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 휴미라, 키트루다,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등 세포 및 유전자 치료 의약품이 CDMO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에는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이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스위스 론자(Lonza),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 미국 캐털란트(catalent) 등이 상위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CDMO 진출이 활발하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SK, HK이노엔, CJ, 차바이오텍 등이 CDMO에 진출했거나 뛰어들 예정이다.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6월부터 4공장 전체 가동에 나섰고, 신규로 5~8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셀트리온도 3공장을 건설 중이고,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조7000억 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에 12만 리터 규모의 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CDMO의 강점은 노동력 대비 높은 전문성과 생산량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 대비 전문성이 높고 시장 변화에 맞춰 신규 모달리티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라며 “과감한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생산 능력 확장과 그것을 따라가는 속도”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1위 생산량과 글로벌 기준에 맞는 위탁 생산 경험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인도와 중국이 참전하며 미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의 다국적제약사 오로빈도(Aurobindo)의 자회사 큐라테크(QuraTeQ)는 최근 미국 머크와 CDMO를 위한 제한적 의향서를 체결했다. 이번 의향서 체결로 오로빈도와 큐라테크의 바이오의약품 CDMO 생산시설 구축이 촉진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지난해 3600만 달러(46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인도의 아라젠(Aragen)은 작년 11월 3000만 달러(387억 원)를 투자해 단일항체치료제 CMO를 건설하겠다고 했고, 바이오콘의 자회사 신젠(Syngene)도 스텔리스 바이오파마 (Stelis Biopharma)를 인수하고 8600만 달러(1111억 원)를 투자해 항체치료제 CMO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걸쳐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도와 중국이 기술력을 끌어올리면 잠재적 경쟁자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이 저렴한 노동력 대비 좋은 품질로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보다 가격이 싼 인도와 중국이 기술력을 확보할 경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인도가 기술력으로 보완되기 전 품질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어 초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인도와 중국은 땅도 넓고 인구도 많아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다. 기술력은 한국, 미국, 유럽에는 못 미치지만 향후 기술력이 올라오면 큰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인도는 제약 강국이고 중국은 자금이 풍부하기 때문에 위협적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우리에게 경쟁자인건 분명하다”며 “CDMO 기업들이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인수합병(M&A)을 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