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세 성인 2명 중 1명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사망위험·장애발생 증가

입력 2023-11-27 15:10 수정 2023-11-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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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약제·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 매년 증가…“안전한 약물관리 시급”

▲(왼쪽부터)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윤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팀장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왼쪽부터)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교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교수, 윤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팀장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우리나라 66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은 5개 이상 약물을 복용하고 있고, 2명 중 1명은 향후 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을 먹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따라서 부적절한 약물 복용을 줄이기 위한 인식 개선과 함께 의료계와 시민,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약 330만 명을 대상으로 다약제와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제(Potentially Inappropriate Medication, 이하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 현황과 건강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7일 밝혔다.

‘노인의 다약제 처방 및 소비에 대한 원인 분석과 행동 경제학적 대안 고찰’ 제모의 이번 연구는 김선욱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내과) 교수, 윤지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성과연구팀장(이상 연구책임자)과 정희원·백지연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이상 공동연구자)가 수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달 25일 열린 대한노인병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질환 발생이 늘고 먹어야 하는 약의 숫자도 늘어난다. 반면 불필요한 약물이나 노인 부적절 약물(노인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 임상적 위험이 이익보다 커져 주의가 필요한 의약품) 복용이 늘면 건강상 이익보다 위해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의연)은 노인의 약물 처방 패턴을 파악과 안전한 약물 관리 강화를 위해 해당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 10년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인구 약 330만 명의 약물 처방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1년 66세가 ‘젊은 노인’ 중 35.4%가 5개 이상의 약물을 한 해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었고, 8.8%는 10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석 대상의 53.7%가 1종 이상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고, 1인당 평균 2.4개를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상자 특성별로는 대도시(광역시)보다 소도시(군·구)에 거주하는 사람, 건강보험에 비해 의료급여 대상자, 동반질환이 많고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이 많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사람들에서 약물 개수와 부적절 약물 처방 빈도가 높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구 고령화로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 중인 66세 인구는 2012년 약 13만8000명에서 2021년 24만8000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5종 이상의 다약제를 복용하는 사람은 2012년 8만 명(66세 인구의 32%)에서 2021년 16만 명(66세 인구의 35.4%)으로 2배 이상 매우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구 결과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경우 사망 위험도와 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의하면 2015년~2016년 국가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성인 65만여 명을 5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25%,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46% 상승했고, 부적절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장애 발생 위험도는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1~2종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했을 때는 3등급 이상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위험성이 31% 높아졌고, 3종 이상 사용했을 때는 무려 81%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책임자인 김선욱 교수는 “70~80대 노인뿐만 아니라, 이제 막 노인에 접어든 66세 성인들 중 상당수가 다약제 및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람들이 향후 사망하거나 일상생활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높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안전한 약물사용을 위해 노인의 약물 처방 및 사용 패턴을 이해하고 전체 약물의 개수와 부적절 약물을 줄이기 위해 의료계, 시민,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자인 정희원 교수도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물 복용은 장기적으로 신체 기능 저하를 촉진할 우려가 있다”며 “약의 부작용이 더 많은 의료 이용과 또 다른 약의 처방을 부르는 연쇄 처방의 단초가 될 수 있어, 의료 이용자와 의료진 모두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지은 팀장(부연구위원)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노인 다약제 및 부적절 약물 처방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대상자 특성별로 노인 약물 처방패턴이 달라 개인 및 의료이용 특성에 따라 맞춤형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연구가 향후 노인 부적절 약물 사용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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