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 이영경 연구원은 16일 '해외의 금융회사 임원 적격성 심사제도와 시사점' 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해외 선진국(미국, EU, 영국, 싱가포르 등)은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 임원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CEO 선임시 적격성 심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싱가포르, 홍콩, EU 등 국가들은 금융감독당국이 금융회사 임원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금융회사가 고위 경영자 선임 시 당국의 감독규정에서 요구하는 적격성 요건(정직성, 진실성 및 평판, 능력과 역량, 재무건전성 등)을 갖춰야 한다. 당국의 심사 및 허가를 거쳐 CEO에 선임할 수 있다.
국가별로 적격성 요건의 내용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정직성, 진실성 △평판 △능력 △재무건전성 △충분한 시간투입 △독립성 등이 적격성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각 항목별 구체적인 고려사항에 대해 감독규정이나 가이드라인에서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금융회사의 임원 요건에 관련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몇 개의 조문만 존재한다"며 "영국, 싱가포르, 홍콩, EU와 같이 적격성 심사를 위한 상세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서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요건과 금융회사의 의무사항을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금융회사 임원의 적격성 요건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외이사에 그친다.
금융회사가 대표이사 등 임원을 선임할 때 법률상 몇 가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따로 적격성 여부에 관한 검증을 하지 않고 선임할 수 있는 구조다. 임원의 자격요건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확인하고, 감독당국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이 연구원은 "금융회사 임원의 적격성이 엄격히 요구되지 않아 사내 인맥이나 정부의 입김 등이 개입되기 쉽다"며 "해외 여러 사례처럼 금융회사 CEO 적격성 심사 제도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CEO 선임시 적격성 요건을 법규에 명시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지만, 감독당국의 직접적 개입은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감독당국의 직접적 관여는 임원의 적격성 여부에 관한 엄격한 심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관치금융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왔으므로 감독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고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공정하게 심사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의 공정한 심사를 위해 임추위가 적격성 심사를 담당하고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임원의 자격요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제재하는 등 간접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