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가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1월 이후 하락하고 있으나,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6% 올랐다. 근원물가는 종합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지수로,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 5.0%로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도 같은 흐름이다. 지난해 11월 4.3%까지 올랐다가 올해 10월 3.2%까지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이를 근거로 “근원물가는 안정 추세를 지속하고, 개인서비스 물가도 상승률이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올해 근원물가에는 기저효과가 반영돼 있다. 1월 근원물가 지수가 높았던 건 지난해 1월 상승률(3.0%)이 낮았기 때문이고, 10월에 낮았던 건 지난해 10월 상승률(4.8%)이 높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물가수준이 높아도 전년도 상승률에 따라 올해 상승률이 높거나 낮아 보이는 일종의 착시다.
기저효과에 의한 통계 왜곡을 방지하려면, 전년도와 당해연도 2년간 상승률의 평균치로 판단해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최근 근원물가는 ‘둔화’가 아닌 ‘정체’ 상황이다. 2년 평균 월별 근원물가 상승률은 1~2월 4%에서 3월 4.05%, 4월 4.1%, 5월 4.2%, 6월 4.25%로 확대됐다. 이후 7월 4.2%, 8~9월 4.15%로 둔화했지만, 10월 다시 4.2%로 올랐다.
2년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이 10개월째 4%대를 웃도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연도에 물가 상승률이 급등하면, 이듬해에는 기저효과로 둔화한다. 이 때문에, 평균 상승률은 2~3%대에 수렴한다.
일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근원물가 지수 상승률이 5%를 웃돌았으나, 2009년 9월 이후에는 2%대로 떨어졌다. 당시 2년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기간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지표만 보자면 10개월간 4%를 웃돌고 있는 올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과거 10개월 이상 2년 평균 근원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았던 건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2월이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