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된 우리 민수(가명)가 이렇게 누워 있지만,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둘째 아이입니다. 거의 24시간 돌보면서 밤에도 많이 케어해야 하는 상태라 에너지음료로 버티고 있어요. 개인의 삶은 감히 생각도 못 해요.”
국내 최초로 24시간 중증 질환이 있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들이 휴식할 수 있게끔 하는 독립형 어린이 단기 돌봄의료시설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날부터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별칭 도토리하우스)’를 열고 운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해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국에 약 400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껏 국내에는 이들을 위한 어린이 전문 단기 돌봄 의료시설이 없었다.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보호자·가족은 퇴원 후에도 가정에서 잠시의 쉼 없이 24시간 의료 돌봄을 해야 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단 하루라도 아픈 아이를 맡기고 정신적·육체적 회복을 위한 시간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돌봄이 너무 힘들어 아동학대까지 일어날 수 있어 선진국에서는 가정을 방문하거나 단기간 기관에 위탁하는 단기 휴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보건복지부, 넥슨재단은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며칠만이라도 안전하게 돌봄으로써, 환자 가족에게 힐링의 시간을 부여하고 환자에 대한 돌봄이 지속될 수 있게끔 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넥슨재단 기부금 100억 원, 복지부 국고지원금 25억 원 등 총 125억 원의 지원으로 약 5년 만에 ‘도토리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서울대병원 도보 3분 거리 내 서울 종로구 원남동에 지어진 이 센터는 연면적 997㎡(약 302평)으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센터 내에는 총 16병상(2인실 4개, 4인실 2개)의 중증 소아환자 단기입원병상과 놀이치료실, 상담실 등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치료와 휴식을 지원하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됐다.
센터에 입원하기 위해선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자발적 이동 어려움 △의료적 요구(인공호흡기, 산소흡입, 기도흡인, 경장영양, 자가도뇨, 가정정맥영양) 필요 △급성기 질환 없는 안정 상태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환자 중 사전 외래를 통해 입원 지시를 받은 환자에 한해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입원은 1회 7박 8일 이내, 연간 총 20박 21일까지 쓸 수 있다. 센터는 연간 최대 334명이 이용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에는 24시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상주한다. 또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전문지식과 술기를 충분히 갖춘 간호인력을 배치해 안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센터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응급상황 발생 시 소아중환자실로 이송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김민선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센터장은 “적자가 나더라도 서울대병원은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미충족 의료영역을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수가를 통해 일부 비용이 보전되고, 프로그램 진행 관련 심리치료사와 자원봉사자 비용은 넥슨을 포함한 여러 기부자의 후원금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입원료를 바탕으로는 센터를 운영할 수 없을 만큼 적자 폭이 컸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센터의 재정적 자립을 위해 중증소아 입원돌봄 서비스 추가 시범사업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했다. 그런데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연간 35억 원 정도의 운영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센터는 수가와 사후 보상 등을 통해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욱 넥슨재단 이사장은 “센터 개소가 전국의 중증 질환 환아들과 지속되는 간병으로 지친 가족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미래인 어린이를 향한 진심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후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의료 돌봄 시설 부재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와 가족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운영을 통해 공공의료의 지평을 넓혀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