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독서모임도…"국가 과제에 대한 청년 생각 듣겠다"
신당 여지 남긴 劉 "학생들 앞날에 힘 된다면 보람"
정치 일선을 떠난 여야의 비주류 대권 잠룡들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학을 중심으로 2030 청년과 교감폭을 넓히고 있다. 당장 중앙 정치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청년 무당층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최근 주요 대학에서 대학생·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강연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 제20대 대선에 출마하기도 했던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공교롭게도 각각 친명(친이재명)·친윤(친윤석열)계 등 각 당 주류와 사실상 대척점에 서 있다는 공통 분모가 있다.
특히 6월 미국에서 귀국한 이 전 대표는 최근 강연 빈도를 부쩍 늘리는 모습이다. 11일 경희대, 25일 서울대에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한 데 이어 다음달 8일 숭실대, 9일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이 전 대표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최대 18명 정원 독서모임을 이끌 예정이기도 하다. 이 전 대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2030 세대 비율은 8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6월 귀국 이후 10차례 강연했다. (대학 강연이) 일반인들께는 개방되지 않아 송구스럽다"며 "11월부터는 독서모임도 진행하며 청년들을 만나겠다. 국가적 과제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듣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의 대학 강연에 동행했던 측근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국제 외교 등에 관심이 많았고 질문도 깊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8·9월 경북대·강원대 토크콘서트, 연세대에서 '시대문제를 해결하는 개혁'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번달에는 서울대(13·18일), 세종대(30일)에서 강연을 헀고, 다음달에도 고려대 등 강연이 예정돼 있다. 유 전 의원은 세종대 강연을 마치고 페이스북에 "미래 희망을 만들기 위한 정치의 중요성을 말했다"며 "학생들의 앞날에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저의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강연이 선거철에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와 여야 명운을 가를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계파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정치적 의미를 둘러싼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비윤을 넘어 반윤(반윤석열)으로 꼽히는 유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12월 탈당·신당 여지를 남겼고, 이 전 대표가 수장인 민주당 친낙(친이낙연)계 의원 지역구에는 친명계 '자객 공천'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전 대표가 비명계 숙청 국면에서 이들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당장 당내에서 계파를 위한 일종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결국 당 밖에서 타개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특정 진영 논리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내년 총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청년 무당층을 타깃으로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2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연령대 무당층은 28%였는데, 이 중 18~29세는 51%, 30대는 40%로 평균치보다 크게 높았다.(24~26일 조사,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 대상,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대학에서 강연을 한다고 (청년들이) 바로 지지층으로 바뀌진 않는다"면서도 "비주류인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각 당에서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나름대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030 세대는 진영논리에 관심 없고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 양대 정당이 이익을 제대로 구현해주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 틈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길게는 차기 대선을 보는 것이다. 총선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지층을 관리하고 계파 지분도 확보할 수 있다"며 "대선에서 윤석열·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청년이 많이 돌아서면서 탈이념 성향의 청년 무당층이 많이 증가했다. 신당 움직임도 있으니 호소력이 더 있다고 생각하면 총선에서 어느 쪽으로든 마음을 정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