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은 29일 고위당정 협의회를 개최하고, 이태원 참사 1년을 맞아 인파 밀집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했다.
당·정·대는 이날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대협의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마련한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추진 상황과 사전 방지책 등을 논의했다.
이번 협의회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여파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중심의 2기 지도부가 출범한 뒤 열리는 두 번째 회의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비공개, 비정기로 열렸던 고위 당·정·대 협의회를 주 1회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실은 이를 수용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오늘은 이태원 참사 1주기다. 고인이 되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안타까운 참사의 사전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오늘 당정협의회의 핵심 과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더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태원 참사 외에도 지난여름 폭우,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컸다. 또 우리 사회 안전시스템이나, 방재시스템에 허점이 많다는 것도 확인이 됐다"며 "새로운 유형의 재난에 대해서 정부와 사회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가안전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그 추진 사항을 점검하고 보완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간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다시는 발생해선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위험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고, 주최자 없는 행사에도 대비하는 등 국민 안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이 더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앞으로 철저히 안전 대책을 점검하고 관련 입법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정부가 그동안 참사 원인 파악과 방지 대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국민은 아직도 대형 참사에 대해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께서도 누누이 강조했지만, 국민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안전 대책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세심한 논의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날 당·정·대는 소상공인 애로 및 경영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김기현 대표는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코로나 엔데믹 이후 실물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둔하고, 소비심리도 기대만큼 상향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대출 부담 경감에 필요한 정책자금, 금융 지원책 확충과 내수시장 활성화, 국내 여행으로의 유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노력 등이 꼭 필요하다"며 '또한 디지털 소비 트렌드에 대한 골목상권의 적응을 돕는 교육 지원 확대 역시 검토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기업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일몰됐고,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추가연장 근로도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며 "현재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어 여야가 힘을 합쳐 조속히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당·정·대는 이날 가계부채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김기현 대표는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의존도가 증가하고 피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급전을 미끼 삼아 국민 삶을 위협하는 불법대부업체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아울러 "국회의 개인 채무자 보호법 심의에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언급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연체·추심 부담을 완화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대기 비서실장은 "오늘 논의되는 가계부채 문제도 잘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인다"며 가계 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 부채로 인해 우리가 겪었던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있을 것이다. 특히 과거 정부에서 유행한 '영끌 대출'이나 '영끌 투자' 이런 행태는 정말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과 동절기 가축 전염병 방역대책도 논의된다. 한 총리는 "지금부터 3주간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추가 확산방지를 위해 정부는 총력 대응하겠다. 축산 농가에서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주시는 등 적극 협조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년 봄부터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이 계속 발병한 바 있다"며 "동절기가 다가오는 만큼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가축 전염병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