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떨어진 가운데, 임신 준비 여성 5명 중 1명은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열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은 서울시 남녀 임신준비 지원 사업에 참여한 20~45세 임신 준비 여성 2274명을 분석한 결과 443명(19.48%)이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중 320명(72.2%)은 일차성 난임, 123명(27.8%)은 이차성 난임으로 조사됐다. 일차성 난임(원발성 난임)은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임신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차성 난임(속발성 난임)은 인공유산이나 자연유산 등 임신이 적어도 한 번 이상 있었지만, 난임 된 경우를 뜻한다.
가장 위험한 난임 원인으로는 ‘인공유산’ 경험으로 조사됐다. 인공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인공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배 높았다.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의 난임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유산으로 인한 자궁내막 손실 때문이다. 자궁내막이 얇아지거나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감염, 자국유착 등 신체적인 요인과 심리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난임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난임 그룹과 비난임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인공유산 비율도 난임 그룹에서 7.7%로 비난임그룹(1.8%)보다 5.9%p 높았다. 자연유산도 난임 그룹(7.4%)이 비난임 그룹(4.3%)보다 3.1%p 높았다.
체중과 나이도 난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질량 지수가 23㎏/㎡ 이상인 과체중 여성이 23㎏/㎡ 이하인 여성보다 난임 위험도가 1.56배, 그리고 35세 이상인 여성이 1.08배 난임 위험이 더 높았다.
난임 그룹 평균 나이는 33.2세로 비난임 그룹(31.9세)보다 1.3세 더 높았다. 나이가 증가할수록 난임률도 올라갔다. △30세 미만 난임률 14.2% △30~34세 17.4% △35~39세 28.8% △40세 이상 37.9% 난임률을 보였다. 체질량 지수도 난임 그룹이 21.5㎏/㎡로 비난임 그룹(20.9㎏/㎡)보다 높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의 근원이 되는 난모세포 수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유산율과 염색체 이상 비율도 올라가게 된다. 과체중도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배란 장애나 난모 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난임 치료는 난소 기능을 가늠하는 AMH(항뮬러호르몬) 수치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AMH 값이 낮으면 인공수정에 대해 불량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으나, 임신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는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MH 수치가 높으면 임신이 수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AMH가 높아도 정자의 질이 낮으면 자연 임신보다는 인공수정, 체외 수정 등을 시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을 위해선 반드시 계획을 세우고 임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임신부의 약 50%가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추정된다. 비계획 임신의 경우 흡연, 음주, 약물 등 위험 인자에 노출될 정도가 약 1.5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난임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0.37%씩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난임 유병률은 약 15%다. 국내 여성 난임 환자는 2017년 14만 6,235명에서 2021년 16만 2,938명으로 11.4%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난임 치료율은 20%에 불과하다.
최근 결혼이 늦어지는 만큼 난임은 언제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다. 미루고 미루다 난임에 직면하게 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과 심리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래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최대한 빠르게 난임 병원을 찾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