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비만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4일 한미약품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3일 승인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주 1회 제형 GLP-1 제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같은 유사한 기전이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 노디스크에서 독자 개발한 합성물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자극하는 GLP-1 호르몬 유사 펩타이드 성분 약물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늘려 혈당을 낮추고, 위가 음식물을 천천히 소화하도록 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당뇨 신약 3종과 관련한 기술이전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4억 유로(약 5740억 원)를 포함해 총 계약 규모 39억 유로(약 5조 5969억 원)에 달하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하지만 사노피는 2016년 계약 수정으로 1개를 반환했고 2020년 최종적으로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신약 개발을 모두 중단했다. 2016년 기술수출 수정 계약을 맺으며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 4억 유로 중 1억9600만 유로를 사노피에 반환했다.
다만, 사노피는 2021년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가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해당 물질이 한국인의 비만 기준에 맞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린 후 올해 7월 식약처에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제출했다.
한미약품은 최근 비만 치료에서부터 관리, 예방에 이르는 전 주기적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H.O.P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H.O.P의 첫 번째 상용화 모델로 향후 3년 내 국내에서 상용화될 수 있도록 빠르게 개발될 예정이다.
한미약품 외에도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LG화학은 유전성 비만치료제 신약후보물질인 ‘LB54640’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올해 연말부터 이어갈 계획이다. 기존 비만치료제와 달리 포만감 신호를 전달하는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 단백질처럼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으며, 2025년 말 임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일동제약은 먹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9월 대사성 질환 분야 신약후보물질인 ‘ID110521156’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임상 개발 등 상용화 작업의 진행에 따라 향후 2형 당뇨병, 비만 등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용 신약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ID110521156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로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GLP-1 호르몬의 유사체로 작용한다.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니들 전문기업 라파스와 함께 ‘DW-1022’를 개발하고 있다. 주사제형의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패치 형태로 개발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LP-1 계열 치료제는 기존 당뇨 치료제로 개발에 많이 성공됐다”며 “한미약품의 임상 3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까닭이다.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대흥행하며 글로벌 시장 규모는 지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투자은행(IIB) 바클레이스는 4월 2033년까지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4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독일 IB 베렌버그도 2030년까지 850억 달러(약 114조2400억 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