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탄탄한 몸을 만들어 사진으로 남기는 바디프로필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기 위해 짧은 기간 동안 극단적인 운동과 식이 조절을 하게 된다.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렇게 단기간에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 체중 변화를 극도로 민감해하며 거식증, 폭식증 같은 섭식장애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섭식장애는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음식 섭취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거식증(신경성 식욕부진증)과 폭식증(신경성 대식증)이 있다. 이 두 질환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거식증 환자는 살찌는 것에 대한 걱정과 공포를 느끼고, 비만이 아님에도 자신이 비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 식사를 제한하거나 먹고 나서 인위적으로 토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폭식증은 단순히 일시적인 과식이나 식탐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 것이다. 비상식적으로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고, 폭식 후에는 의도적으로 구토와 설사를 일으킨다. 거식증과 폭식증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거나 일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거식증과 폭식증 환자수는 매년 4000~5000명 가량이 병원 진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거식증 진료인원(외래·입원)은 4881명이었다. 거식증 진료인원은 2017년 3116명이었으나, 5년간 약 1700명 가량 늘었다. 폭식증 진료인원의 경우 2017년 3448명에서 2021년 390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섭식장애는 체중 감소, 구토 등으로 인해 이차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너무 마른 여성의 경우 대뇌에서 호르몬 분비를 차단해 무월경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뇌 위축이 일어나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심리적인 변화로는 쉽게 초조해하고 우울감을 느끼거나 자해 충동을 느낄 수 있다.
거식증은 연령이나 키에 비해 최소한의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를 거부하거나 자신의 체중, 신체, 외모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진단한다. 폭식증은 반복되는 폭식, 체중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반복되는 부적절한 행동, 최소한 3개월 동안 1주에 평균 두 번 정도의 폭식이나 부적절한 보상 행동을 하는 경우 등을 기준으로 진단한다.
박형근 교수는 “섭식장애는 치료 기간이 길고 재발도 잦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심한 저체중 환자는 체중과 영양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치료를 받게 되는데, 체중 회복이 잘 안 되거나 다른 합병증이 있는 경우라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건강한 수준의 체중 증가와 유지를 위한 인지행동치료, 가족과 함께 시행하는 가족치료, 동반된 우울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치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