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체중 조절을 위한 지속적인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체중 조절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오랜 시간 운동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체중 조절에 실패하기도 한다. 혼자서 체중 조절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 비만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최근 5년간 2배 가량 늘었다.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비만으로 진료(외래·입원)를 받은 인원은 2017년 1만4966명에서 2018년 1만5407명, 2019년 2만3439명, 2020년 2만6586명, 2021년 3만170명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비만 진료인원은 4만8441명으로 1년 만에 1만8000명 이상 증가했다.
체중 관리의 핵심은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여 체지방을 줄이는 것인데 체지방 1㎏을 칼로리로 환산하면 약 7700㎉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도 섭취한 칼로리보다 소모한 칼로리가 7700㎉ 더 많으면 체지방 1㎏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밥 한 공기가 보통 300㎉ 정도 되니 매 끼니마다 밥을 반 공기 정도 줄인다고 하면 반찬도 함께 줄이게 되므로 하루 약 450㎉의 열량을 줄일 수 있다. 소모하는 열량이 같다면 대략 2~3주에 1㎏의 체지방 감량을 기대할 수 있다. 70㎏ 정도 되는 사람이 중등도의 운동을 30분 했을 경우 하루에 겨우 140㎉ 정도의 열량만을 소모하게 된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따라서 음식 섭취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운동만으로 체중을 줄이겠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운동의 양은 중등도 운동으로 주당 150분 또는 고강도 운동으로 75분 이상을 하는 것이다. 중등도 운동을 1분할 때 1점, 고강도 운동을 1분할 때 2점을 준다고 했을 때, 1주일에 150점 이상을 획득하면 권장되는 운동량을 해냈다고 볼 수 있다.
손기영 교수는 “물론 이 권장량이란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운동량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을 예방하기 위한 수준의 권장량이다. 즉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위의 숫자보다는 더 많은 운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럼 중등도 운동과 고강도 운동은 어떤 것일까?
유산소 운동을 예로 들면 중등도 운동은 약간 숨이 차고 옆 사람과의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를 부르기는 어려운 정도라 한다면, 고강도 운동은 너무 숨이 차서 옆 사람과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정도라 할 수 있다. 보다 객관화된 지표로 운동 강도를 정의할 때는 심박수를 이용하는데 대개 최대 심박수의 64~76%쯤 되면 중등도, 77% 이상이면 고강도 운동이라고 한다. 최대 심박수는 ‘220 -본인 나이’로 계산한다. 만일 40세인 분이 중등도 운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220-40)×0.64=115 이상의 심박수로 운동 시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하는 셈이 된다.
운동으로 칼로리를 얼마나 소모할 수 있을까?
섭취량에서 얼마의 칼로리를 줄이고 운동으로 얼마나 칼로리를 소모할 것인지 계산할 수 있다면 더 계획적으로 체중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도에 따른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하기 위해 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보통 중등도 운동은 3~6 MET이며 고강도 운동은 6 MET 이상이다. 계산 편의를 위해 중등도를 4 MET, 고강도를 8 MET라 가정한다면 70kg인 사람이 1주일에 중등도 운동 120분, 고강도 운동 30분을 했다고 하면 1주일 동안 운동을 통해 70×(4×120+8×30)/60=840㎉ 정도의 칼로리를 소모한 것이 된다. 이 경우 칼로리 섭취가 일정하다고 가정했을 때, 체지방 1kg을 줄이는 데 적어도 두 달 반의 시간이 소요된다.
손기영 교수는 “단기간 체중을 줄이려는 단계에서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과 병행해 제대로 된 운동 습관을 만들면서 함께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목표 체중을 달성한 후에도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을 유지해야 요요현상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상 운동할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종종 이런 의문을 가진다. 주말에 몰아서 강도 높게 운동하면 안 될까? 손 교수는 “결론부터 말하면 위 권장량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경우, 고강도 운동을 몰아서 하는 것도 낮은 강도의 운동을 여러 번 꾸준히 하는 것만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러닝머신에서 1주일에 5번, 30분 동안 중등도 운동을 하면서 땀을 빼는 것만큼, 주말에 수영장에서 75분 동안 힘차게 접영을 하는 것도 충분히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손 교수는 “다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다 보면 운동으로 인한 부상의 가능성도 높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