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 “이스라엘 행위는 자위 범위 넘어”
러-우크라 전쟁 때와 비슷한 행보 보인다는 분석
“건설적 역할 하겠다는 중국 정부 약속과 대조”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전쟁의 시작을 알린 하마스의 기습 공격보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무력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또 관련 보도에 미국 군함 사진·동영상을 함께 첨부하며 미국이 가자지구 공격의 배후임을 암시하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에 더해 중국 언론들은 하마스라는 이름보다 ‘이슬람저항운동(Islamic Resistance Movement)’이라는 공식적인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하마스의 공격을 ‘사악한 테러’라고 비난한 미국과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긴장 고조에 일반적인 우려를 표하는 데 그쳤다. 또 이번 전쟁이 일어난 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건국권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생존권이 장기간 이행되지 않았으며 복귀권이 오랫동안 무시됐기 때문”이라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도를 넘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현재 중동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치 분석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미국 행보와 거리를 두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 전문가는 “역사적으로 중국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아랍 연맹과 동맹을 맺어 왔다”며 “이와 비교해 보면 이스라엘은 항상 미국의 동맹국이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극적 태도가 국제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시 주석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엘리자베스 위시닉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때와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는 국제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약속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는 “중국 정부가 하마스 공격에 침묵하는 것은 중동 지역의 평화를 중재하는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