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무력 충돌한 가운데 이스라엘 의존도가 높은 특정 소재와 기기 등에 대한 공급망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5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우리나라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아 교역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브롬,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 등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선 공급망 리스크에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수입품목 1만1341개 중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품목은 총 8개다. 이 가운데 식용 파래, 흑단 단판 목재, 주석 웨이스트·스크랩, 에틸렌 디브로마이드, 완전자동 라이플 등 5개 품목의 수입의존도는 100%로, 수입 물량 전체를 이스라엘에서 들여오고 있다.
라이플(1∼8월 수입액 287만 달러)을 제외하면 모두 수입 금액이 적고 대부분 대체가 가능한 품목이어서 실제 이들 5개 품목에 대한 공급망 위험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브롬은 수입 의존도가 99.6%에 달하고 있으며 타 물질로 대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브롬은 난연제, 석유와 가스 시추, 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비금속 원소다.
다만 미국, 요르단, 중국, 일본 등에서도 브롬을 생산하고 있어 이스라엘로부터의 공급이 차질이 생기면 수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드론용 레이더, GPS 등 항공기용 무선방향 탐지기도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도 94.8%로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으로 국제 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무역 수지 악화 및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우려도 있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생 직후 이전 거래일 대비 소폭 상승한(4%대) 이후 안정화 추세다. 천연가스 가격은 큰 폭 상승(16%대)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하면 여타 중동 산유국의 전쟁 개입, 원유 생산 시설 및 수송로 침해 등으로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제 유가가 10% 상승 시 우리나라 수출은 약 0.2% 증가, 수입은 0.9% 증가해 무역 수지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나온다.
또한, 이스라엘은 자율주행, 무인기 등 첨단산업의 선두 기업들이 다수 위치한 허브 국가다. 인텔의 이스라엘 키르야트가트 공장은 인텔 전체 반도체 생산능력의 11.3%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CPU 수요와 맞물린 우리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교역 비중이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네온·크립톤 등 특정 품목의 공급망 교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