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 적용’ 명시적 경과규정 두지 않은 사례
공소제기일 당시 시효 7년 완성 땐 “면소판결”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시행 이전에 피해 아동이 성년에 도달했다면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른 법률상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특례조항을 신설하면서 소급 적용에 관한 명시적인 경과 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공소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아동학대 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 아동이 성년이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정한 아동학대처벌법 제34조 제1항 시행일인 2014년 9월 29일 당시 피해 아동이 이미 성년에 이른 경우에는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피고인은 피해 아동의 이모부로, 2007년 12월 21일부터 2011년 12월 5일까지 야구배트 등으로 피해 아동을 때리는 등 신체적 학대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2019년 7월 22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죄 등으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모두 “면소(免訴)” 판결했다. 면소 판결이란 해당 사건에 대한 공소가 부적당한 경우에 사건의 실체에 대해 직접적인 판단 없이 소송절차를 종결시키는 종국재판의 하나다.
원심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의 시행과 무관하게 피고인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행위에 관한 공소시효는 범행 종료 시부터 중단 없이 그대로 계속 진행돼 공소 제기일인 2019년 7월 22일 당시 이미 7년의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봤다.
아동학대처벌법 34조 1항에 의하면 ‘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52조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 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 아동이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적법절차 원칙과 소급금지 원칙을 천명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13조 제1항의 정신을 바탕으로, 아동학대처벌법은 완성되지 아니한 공소시효 진행을 피해 아동이 성년에 달할 때까지 장래를 향해 정지시키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따라서 “피해 아동 A 씨는 1993년 12월 6일생으로 아동학대처벌법 시행일 2014년 9월 29일 이전인 2013년 7월 1일 이미 성년에 달한 이상, 그 공소시효의 진행이 정지되지 않는다고 봐 공소시효 7년이 완성됐음을 이유로 면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