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없는 납세자를 막연한 추측으로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한 사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다. 삼성라이온즈의 오승환 선수는 과거 일본프로야구단 선수로 활동하던 당시 국내원천소득이 없는 비거주자로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는데도 세무조사를 받았고, 과세 불가로 결정돼 혐의 없이 조사가 종결됐다.
감사원은 12일 '납세자 권익보호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요 감사 결과를 밝혔다.
정부는 납세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실과세 방지제도 및 세무조사권 남용 방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부실과세와 부당한 세무조사로 납세자 권익이 침해되는 등 납세자 부담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감사원은 납세자 권익보호제도 운영의 적정성 및 세무조사권 남용 등 납세자 권익 침해 사례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구체적 탈루혐의가 없는 납세자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납세자 권익을 침해하고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데 대해 주의를 요구했다. 국세청 관하 지방 국세청에서는 납세자의 신고자료·탈세 정보 등을 수집·분석한 후 탈루 혐의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자료가 있는 '명백한' 탈루혐의가 있는 경우에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울지방국세청은 프로야구 오승환 선수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프로야구단 한신 타이거스의 선수로 활동하면서 받은 약 83억여 원의 계약금 및 연봉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 누락 혐의가 있다는 사유로 오승환 선수를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9년 프로운동선수, 유튜버, 연예인 등 총 176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감사원은 오 선수가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인정되기 어려워 '소득세법'상 거주자로 볼 수 없는데도 국세청의 비정기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세무조사를 받는 등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됐다고 봤다. 오 선수는 지난 2013년 11월 일본 한신 타이거스와 2년의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국내체류일이 2014년 48일, 2015년 49일에 불과하는 등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춰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인정되기 어려워 '소득세법'상 거주자로 볼 수 없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소득세법' 제2조에 따르면 거주자 및 국내원천소득이 있는 비거주자가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돼 있어 국내원천소득이 없는 비거주자는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도 서울청은 오 선수가 거주자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인 근거나 증거자료를 통해 명확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오 선수를 거주자로 판단한 후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청은 2019년 오 선수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지만, 과세사실판단자문위원회가 오 선수를 국내 비거주자로 판단해 '과세 불가'로 결정하면서 세무조사가 종결됐다.
감사원은 "비거주자에 해당해 탈루혐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비정기조사 대상으로 선정돼 세무조사를 받는 등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됐다"며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앞으로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납세 의무가 없는 비거주자를 선정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이 법원 판결 및 조세심판원 결정과 달리 세법을 해석해 부실과세를 유발한 사례도 있었다. 기재부·국세청은 법원 등이 과세관청의 세법해석과 다르게 판결하고 있는데도 기존 세법해석을 정비하지 않고 계속 유지해왔다. 조세심판원은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차등배당에 따른 이익의 증여와 관련해 3회에 걸쳐 규정상 '배당을 한 날'을 '배당결의일'로 해석하고 있는데도 기재부와 국세청은 '배당금을 지급한 날'로 상충되게 해석해왔다.
감사원은 "기재부·국세청은 동일 쟁점으로 법원·조세심판원에서 반복적으로 패소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세법 적용에 혼선이 없도록 세법해석을 정비 납세자 불편 및 권익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 쟁점사항에 대한 과세와 쟁송 제기가 반복되는 등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하고 불복업무 수행으로 행정력이 낭비되는 등 세무행정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운영 중인 부실과세 방지제도 및 세무조사권 남용 방지제도 운영의 적정성을 점검했다"며 "과세기준자문 결과에도 법인세 환급 지연, 세무조사 대상 부실 선정 및 절차 위반 등 권익 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징계·주의 요구하고, 법원 판결 등과 달라 부실과세를 유발하고 납세자 권익을 침해하는 세제를 정비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기재부 등에 통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