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이재명, 화합 메시지…비명 "실천 없다면 무의미"
비명계 송갑석 빈자리, 친명 일색 vs 계파 안배 인선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무 복귀를 앞두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에 공천 불이익·징계를 시사하는 친명(친이재명) 지도부 내 발언이 연일 구체성을 띠고 있다.
'사실상 부결 당론'을 거스른 비명계 의원들이 해당 행위에 상응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인데, 내년 4·10 총선을 6개월 앞둔 만큼 고강도 공천 배제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MBN 시사스페셜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하느냐, 그렇지 않냐로 (공천 여부를) 판단할 생각"이라며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사람한테 공천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대표 사퇴, 지도부 해체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면서 당에 부담을 주는 것은 절대 반복돼선 안 된다"며 "의원들이 그런 행태를 할 경우 원내대표로서 권한을 갖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의총에서) 분명하게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10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고위에서 (체포동의안) 부결 입장을 정했고, 당무위·중앙위에서 부결 결의를 했다. 사실상 당론"이라면서 "헌법 정신에 비췄을 때 당론과 관계없이 소신 투표하게 돼 있어 처벌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친명 지도부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당 일각에선 사실상 가결파 숙청 예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총선까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이 대표가 직접 '비주류 숙청'을 입에 담을 이유는 없다"며 "지도부의 이런 반복적인 한마디가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 권리당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단식 농성에 따른 건강 악화로 녹색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 대표는 전날(9일) 퇴원해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당무 복귀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지원 유세에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자", "단결, 단합하자"며 계파 갈등을 의식한 듯한 화합 메시지를 냈다.
비명계 내에선 말 뿐인 통합 주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한 달 만에 공개적으로 마이크 잡고 발언하면서 '강서 가서 수박(비명계 비하 표현)들 다 깨부수자'고 말할 순 없는 것 아닌가. 통합, 원팀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친명 단일 지도부다. 그쪽에선 고름 색출, 외상값 등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며 "대표 혼자 통합, 화합, 원팀 메시지를 내는데 그들(친명)의 강한 목소리를 어느 정도 제어하고 그만해라, 더 하면 불이익주겠다는 게 없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사퇴한 비명계 송갑석 최고위원(지명직) 자리에 친명계를 인선할지 여부다. 이 대표가 계파 안배를 고려해 주요 비명계를 지도부 멤버로 발탁한다면 통합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어다. 다만 지도부 내에서 일관적인 비명계 압박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친명계 인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도 최고위에서 (친명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며 "친명 단일대오로 총선까지 가겠다는 의중인 듯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