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최근 사법부에 압박 가하는 분위기 짙어져”
보수단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향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징계 청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가 하면, 직권남용죄로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는 2만여 명의 서명을 받아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청원서를 4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유 판사가 야당 대표 신분을 이유로 들며 이 대표 영장을 기각한 건 피의자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따져 영장 발부 결정을 하도록 규정한 대법원 예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판사 징계와 이 대표 영장 재청구를 촉구하는 화환을 대법원과 대검찰청 앞에 전시했다.
같은날 자유대한호국단과 도태우 변호사도 유 판사에 대한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접수했다. 호국단 측은 “유 판사의 영장 기각 결정은 직권남용죄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며 “수사단계에서 범죄사실의 실체 발견을 위한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마치 재판단계인 것처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만을 강조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목적 자체를 혼동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며 “대체 얼마나 더 큰 범죄 혐의에 확증적으로 범죄가 증명되고, 피의자의 장래에 대한 불안이 위법한 행동의 유인이 되는 정도가 얼마나 더 커져야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유 판사는 지난달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총 892자 분량으로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위증교사·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관여나 개입 정황이 어느 정도 있다고 봤지만, 증거와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종합적으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앞서 유 판사는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강래구(58)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영길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모 씨 등을 “증거 인멸 우려”로 구속했다.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박영수(71) 전 특검의 구속 영장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판사에 대한 지나친 비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의 결정을 비판할 순 있는데 해당 판사를 고발하고 징계 요구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며 “어차피 고발은 각하되고 의미가 없겠지만, 논리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해당 시민단체가 정치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고발을) 하는 걸 가지고 실제 수사가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며 “비난이 계속되면 사법부 입장에서 유감 표명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자신과 반대되는 판사의 결정이 나오면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는 용도로 고발 등 비난하는 분위기가 최근 짙어진 듯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무분별하게 책임을 물을 수 없게 하는 ‘노란봉투법’ 핵심 내용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에 대해 여러 비판이 이어지자 “사법독립권 침해”라며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대법원은 “대법원 판결은 물론 1, 2심 판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잘못된 주장은 오직 헌법과 법률의 해석에 근거해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법관을 과도하게 인신 공격성 비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