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장례식', '생전장례플래너' 버킷리스트로 꼽아
"살아 있을 때 지인들에게 고마움 전하고 싶어"
장례 주관자 범위는 오래된 논란거리다. 원 대표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최근 소정의 성과를 냈다. ‘장기간 생계나 주거를 같이하는 실질적 부양자 및 돌봄제공자’를 포함하는 ‘장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9일 시행된다.
다만, 개정안이 끝은 아니다. 법이 시행돼도 실질적 부양자나 돌봄제공자가 장례를 주관하기 위해선 연고자를 찾아서 장례를 치를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 달 이상 소요돼 장례가 지연된다. 만약 연고자가 장례를 주관하겠다고 해도 지인들은 생전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주가 될 수 없다.
원 대표는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가족의 개념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혈연 중심주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의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 내 장례를 맡기고, ‘이 사람이 나의 가족이다’라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국회의원 시절인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주도하며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화두로 던졌다.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삶을 쉽게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질없는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자기결정권 행사라는 게 원 대표의 설명이다.
자식과 관계가 단절된 채 혼자 쪽방촌에 사는 노인들은 벽에 지인의 이름과 휴대전화를 적어놓는 경우가 많다. 혹시라도 자신이 죽고 난 다음 발견되면, 그곳으로 전화하라는 ‘마지막 메시지’다.
원 대표는 “결국 품위 있게 죽는다는 건 살아 있을 때 죽음을 철저히 준비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혹시나 경로당이나 등산 친구가 미덥지 못하면, 내 장례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지자체가 주민들로부터 장례 기탁금을 받는다. 무연고자들은 내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으니 지자체에 적금 형태로 자신의 장례 비용을 지불한다”라며 “내가 죽으면 누구에게 연락하고, 유품은 어떻게 정리하고, 장례는 어떻게 치르면 좋겠다는 내용의 사전장례의향서도 쓴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것도 일종의 노인 복지서비스”라며 “우리나라도 점차 그렇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음학을 대학 교양필수나 공교육 과정에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선 “좋은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삶과 죽음은 하나다.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할 때, 내 삶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확장한다”며 “이미 서양에서는 타나톨로지(Tanatology)라고 해서 아름다운 꽃이 피고, 지는 간명한 이치를 통해 인간의 생애 주기를 설명한다. 사람도 언젠가 꽃잎처럼 질 텐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르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뷰 끝에 원 대표는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사전 장례식’을 꼽았다. 그는 “‘웨딩플래너’처럼 내 마지막 직업으로 ‘생전장례플래너’를 하고 싶다”며 웃었다.
원 대표는 “내가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 있으면, 내 장례를 치르는 게 나하고 무슨 상관일까? 그런 장례식이 나에겐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내 육체와 정신이 온전할 때, 생전 고마웠던 사람들을 초대해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 덕분에 내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참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말을 직접 건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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