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시 친명-비명 갈등 최고조…기각 시 체제 유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26일 갈린다. 이 대표 구속 여부는 이날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결과는 이르면 이날 밤 나온다. 구속 시 이 대표는 진퇴 기로에 서게 되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민주당도 대혼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리는 유창훈(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24일간의 단식을 마치고 녹색병원에서 회복 중이던 이 대표도 의료진 협의 하에 영장심사에 출석했다. 제1야당 대표의 영장심사 출석은 헌정사 처음이다.
앞서 검찰은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1일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가결)을 거쳐 법원의 영장심사 기일이 정해졌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을 지내던 2014년 4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측근인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공모해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1356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취득하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를 받는다.
대북송금 의혹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경기도 추진 사업인 북한 스마트팜 조성비 500만 달러,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이화영 당시 경기부지사 요청으로 경기도 대신 북한에 보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혐의를 모두 '소설'로 규정하고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최악 시나리오는 단연 구속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이 대표는 당장 당 안팎의 사퇴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당대표 사퇴는 없다"(정청래 최고위원)며 이른바 '옥중 공천'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대표가 구속돼도 기존 지도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주장이다.
친명계의 엄호 속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거취 정리,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도부를 사수하려는 친명계와 지도체제 전환을 꿰하는 비명계가 정면 충돌하면서 내홍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비대위 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각은 이 대표의 활로다. 회복을 마친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 당장 내홍 수습에 주력하면서 내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에 '야당 탄압'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면서 총선까지 정권 심판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명계 중심 당내 이탈표는 약 30~40표로 추산된다. 이 경우 비명계 집단 탈당에 따른 사실상의 분당이 이뤄질 수도 있지만, 뚜렷한 구심점이 없는 만큼 일부 탈당에 그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한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21일 체포동의안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당초 등록 후보는 친명계 중진 김민석·남인순·우원식·홍익표 의원 등 4명이었다. 하지만 이날 경선을 앞두고 우 의원이 "단일후보 방식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3파전이 됐다.
당의 상황이 엄중한 만큼 사실상 합의 추대로 원내대표를 선출하자는 주장이다. 때문에 친명계 내에서 막판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후보를 아예 내지 않은 비명계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향할지도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