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계기로 최근 국회에서 소위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라는 '개딸'의 광기를 경험했다. 일부 개딸은 이 대표 단식장이 있는 국회 본청 인근의 자선 바자회 부스를 찾아 "당대표가 옆에서 단식하는데 음식이 웬 말이냐"며 욕설 난동을 벌이는가 하면, 비명(비이재명)계 등 마음에 안 드는 민주당 인사에겐 '수박'(비명계 멸칭 표현) 발언을 남발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대립했던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식장을 방문한 11일도 그랬다. 몇몇 개딸은 자리를 뜨는 박 전 위원장을 집요하게 쫓아가며 "수박X" "미친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유탄은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인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맞았다. 김 실장은 이들에게 "선생님, 그러지 말라", "이런다고 이 대표를 돕는 게 아니다"라며 정중하게 말렸다. 하지만 김 실장에게는 "의원님도 수박이냐", "헛소리 말고 꺼져라"라는 개딸의 폭언이 돌아왔다. 14~15일엔 이 대표의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흉기 난동, 자해 소동이 연달아 벌어졌다. 국회는 당분간 경내 모든 집회를 불허하고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기로 했고, 민주당은 "과도한 행동은 민주당의 방식이 아니며, 이 대표도 이런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조정식 사무총장 명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평소 경내에서 보기 어려운 도 넘은 언행을 수 차례 목격하다 보니, 개딸 중에서도 극성인 이들이 이 대표 단식을 빙자해 사회를 향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일련의 난동이 이번 단식 과정에서만 발생한 것이라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개딸의 폭력성이 부각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섬뜩할 정도다. 국회의원에게 어린 자녀, 학교 이름을 단순 수십 번 적은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잠을 못 이루도록 새벽 시간에 계속 전화를 건다고도 한다. 한 보좌진은 "욕 문자는 차라리 낫다. 이제 개딸은 사실상 민주당 태극기부대"라면서도 "이들이 필요할 때 올라타는 의원도 있으니까 완전 결별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 대선 전후로 형성된 개딸은 이 대표가 초기에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정치의 형태"라고 호평할 정도였지만, 1년 만에 '폭력적 팬덤' 낙인이 찍히면서 최대한 좋게 표현해도 필요악(惡) 수준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그간 개딸이 충실히 쌓아올린 극단 이미지는 이미 당 통합과 외연 확장에 부담이 되는 듯하다. 이 대표에 대한 맹목적 추종, 폭력성 표출이 진정 당을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면 이만한 비극이 없을 것이다. 물론, 한동안 개딸 꼬리표가 붙을 이 대표에게도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