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방송중단 ‘블랙아웃’ 요청하기도
전문가들 “정부가 수수료 기준 세워야”
국내 주요 홈쇼핑 4개사의 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홈쇼핑 시청자 수가 줄어 매출은 제자리 걸음임에도 송출수수료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어서다.
17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홈쇼핑 업체 4개사(GSㆍCJㆍ롯데ㆍ현대)의 영업이익 총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15억 원 대비 40%가량 감소한 1269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의 하락 폭이 크다. 양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감소했다. CJ온스타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7%, GS샵은 1.6% 각각 늘며 선방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의 실적 하락의 주범은 훌쩍 높아진 송출수수료다. 홈쇼핑 업체는 방송을 내보내주는 대가로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며, 유료방송사업자는 이를 받고 홈쇼핑 방송을 내보낸다. 문제는 TV 시청자가 줄며 홈쇼핑의 고객층은 매년 줄고 있는 반면 송출수수료는 큰 폭으로 뛰어 홈쇼핑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65.7%를 기록했고, 송출수수료 총액은 1조9065억 원으로 2018년보다 33.3% 증가했다.
TV홈쇼핑의 방송 매출 비중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 50% 이하로 떨어졌지만, 송출수수료의 연평균 증가율은 8%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홈쇼핑 업체는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블랙아웃(방송송출 중단)’을 통보하기도 했다. 롯데홈쇼핑은 강남케이블티브이와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안내했고, CJ온스타일‧현대홈쇼핑 역시 LG헬로비전에 방송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사업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조만간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연다. 예고된 블랙아웃 사태를 메이저리그(MLB) 방식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홈쇼핑 업계는 정부의 개입은 미봉책일 뿐이고 방송시장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 갈등이 표면화된 게 처음이니 정부가 개입하면 당장은 해결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유료방송사업자도 홈쇼핑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등 시장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홈쇼핑의 경우 유료방송사업자들보다 협상력이 약한 만큼 정부가 제도적으로 송출수수료 기준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