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월까지 적용 유류세 인하 추가 연장 검토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수출 부진 장기화 속에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소비 위축을 불러와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1% 하락했다. 그러나 전월에 기록한 하락 폭(-25.9%)과 비교해서는 내림세가 대폭 축소됐다. 전월 석유류 가격 대비로는 8.1%나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물가 상승 또는 하락을 좌우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개월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인 2.3%로 내려간 것은 석유류 가격이 전년보다 대폭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는 -1.34%포인트(p)였다. 전체 물가 상승률을 1%p 넘게 끌어내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1년 전 높은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와 최근 국제유가 상승 여파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11%(기여도 -0.6%p)에 그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3.4%)이 3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국제유가는 올해 7월 중순부터 큰 폭의 오름세를 지속했으며 최근에는 브렌트유 기준으로 10개월만에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에서 기인한다.
시장에서는 산유국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석유류 가격 상승을 부추겨 물가상승률이 다시 4%대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고물가 기조가 다시 심화되면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 소비 성장세는 약화된 상황이다. 올해 7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3.2% 줄었다. 2020년 7월(-4.6%)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고물가 심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소비 위축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 부채가 늘어나 소비여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중국 경기 위기 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위축되면 우리 경제의 회복 흐름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 발표에서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확대돼 경기 부진 완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유가 상승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민생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달 말까지 연장된 유류세 인하와 유가연동보조금 지급을 향후 국제유가 추이에 따라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또한 석유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추석 연휴를 앞둔 2주간, 전국의 500여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현장 특별점검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