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2분기 매출액 증가율은 하락 전환했고, 수익성은 반토막 났다.
제조업 세부 업종 가운데 석유화학(올해 1분기 -3.5%→2분기 -17.1%)과 기계·전기전자(-14.3%→-15.4%) 업종의 매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와 IT 경기 침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우리나라 8월 무역수지는 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불황형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줄었지만,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자동차(29%)·자동차부품(6%)·일반기계(8%)·선박(35%) 등의 수출은 증가했으나, 반도체(-21%)·석유제품(-35%)·석유화학(-12%), 철강(-11%) 등은 감소세를 이어갔다.
석유화학 업종의 하락폭이 가장 컸는데, 한은은 “주요 생산국의 설비 증설, 글로벌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요감소로 2분기 석유화학 수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소부장넷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기업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출하량도 10% 줄었다. 반면 재고는 9.5% 증가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수출 의존도는 중국이 22.6%로 가장 높은 수준인데, 중국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수익성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역시 수출 부진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한은은 IT 경기 부진 및 서버 수요 약세로 2분기 반도체 수출액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영업이익률 역시 기계·전기전자업이 작년 2분기 12.1%에서 올해 2분기-1.6%로 하락 전환했는데, 이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한 탓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운수업의 경우,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 하락 등에 따라 매출액증가율이 1분기 -5.9%에서 2분기 -14.8%로 크게 하락했다. 매출액영업이익률 역시 작년 2분기 15.8%에서 8.7%로 감소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8일 999.25를 기록해 한 주 만에 34.42포인트 떨어졌다. SCFI가 1000선을 밑돈 건 7주 만이다. 호주와 동남아시아 항로를 제외한 8개 중장거리 구간 운임이 모조리 하락했다.
이 밖에 건설업도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작년 2분기 6.5%에서 올해 2분기 3.3%로 감소했다. 이는 건설현장 붕괴 재시공을 위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한 영향이다.
한편, 한은은 매출액증가율과 안정성 지표(부채비율 등)는 전 분기 수치와 비교하고, 총자산증가율과 수익성 지표(매출액영업이익률 등)와 같이 계절성이 있는 지표는 전년 동기 수치와 비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