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수준 높이 평가
유렵 제조사 협력 확대 기대
“각형(배터리) 잘 개발하고 있다. 이미 다 개발해 놓았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현장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 ‘배터리 폼팩터’를 강조한 삼성SDI 등을 겨냥하는 한편, 최근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각형 배터리로의 전환을 천명한 폭스바겐그룹의 전동화 전략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최 부회장은 BMW 전시 부스를 처음으로 방문한 뒤 중국 배터리 업체와 테슬라, 르노, 현대모비스, 삼성전자 등의 전시 부스를 차례로 돌았다.
특히 BMW 부스에서는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직접 플래그십 전기차 i7에 올라타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현지 취재 중인 기자들과 만나 “(전시를) 가 볼 때마다 그 전보다 많이 발전하는 것 같다”며 “자동차도 그렇고 부품도 그렇고 조금 더 나은 전기차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 대거 몰려든 중국 배터리 업체에 대해서도 “(중국 배터리 업체가) 굉장히 많이 발달했다”며 “지난번 봤을 때보다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전장(전자장비 부품)사로 올해 처음 IAA에 참가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최 부회장은 “메모리칩 같은 것도 전기차에 맞춰서 발달하는 것 같다”며 “다른 배터리 업계도 굉장히 많이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타사 협력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특히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쳤다”고 강조한 발언이 주목된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모양과 형태에 따라 △원통형 △4각형 △파우치형 등으로 나뉜다.
먼저 원통형 배터리는 크기가 일정해 상대적으로 싼값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차종이 달라도 원통형 배터리를 추가하고 삭제하는 형태로 배터리를 구성할 수 있다.
다만 모양 자체가 원통이라 배터리 사이사이에 빈 공간이 많다. 즉 공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들고 있고 완성차 제조사 가운데 테슬라가 이 방식을 쓴다.
각형 배터리는 이름 그대로 네모난 배터리다. 외부 충격에 강하지만 배터리끼리 서로 붙어있다는 게 단점이다. 열 관리가 어렵다.
배터리는 삼성SDI를 비롯해 CATLㆍBYD 등이 만들고 완성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유럽 제조사가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폭스바겐그룹도 파우치형 대신 각형 배터리 도입을 천명했다.
마지막으로 파우치형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다. 그 대신 가격이 비싸다. 제조사는 LG엔솔, SK온 등이 대표적이다. 완성차는 현대차그룹과 GMㆍ포드 등이 사용 중이다.
현대차ㆍ기아처럼 파우치형 배터리를 쓰던 독일 폭스바겐은 2021년 각형 배터리 전환을 공언했다.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은 이후 파우치형과 함께 각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고, 최재원 부회장 말처럼 최근 개발을 완료했다.
LG엔솔과 SK온이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에 집중해온 가운데 삼성SDI는 꾸준히 각형 배터리에도 주력해 왔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포함해 '배터리 폼팩터'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최 부회장의 "각형 배터리 개발을 마쳤다"라는 발언은 해당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삼성SDI를 의식한 것은 물론 앞서 각형 배터리 도입을 공언한 폭스바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최 부회장이 직접 IAA를 찾으며 유럽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기대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방한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올라 칼레니우스를 만나 충전사업, 전력 반도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등 전기차 전반에 대한 사업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