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서 대형마트 입지 점차 좁아져…구매단가도 하락세
'신선 경쟁력' 메가푸드마켓으로 분위기 반전 노려
"라면엔 역시 밥"…강동점, 구매 데이터 기반 연계 진열 차별화 시도
홈플러스의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신용등급이 하락한 데다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 업태 부진이 계속 되는 탓이다. 여기에 20여년 이상 서울 서부권을 책임진 홈플러스 목동점까지 폐점을 예고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선식품 경쟁력을 앞세워 실적 반등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한국기업평가는 이달 홈플러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도 각각 A3+에서 A3로 낮췄다.
홈플러스의 영업실적이 계속 부진한 데다 과중한 재무부담으로 인해 중·단기간 내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높지 않다는 진단의 결과다. 작년 기준 홈플러스의 매출액은 6조600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소폭 신장했으나, 영업손실은 260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가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등을 통해 중·단기 매출액이 7조 원대로 증가하겠다”면서도 “영업실적 및 현금창출력 부진, 할인점 리핏(메가푸드마켓 전환) 관련 투자지출로 인해 높은 재무부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온·오프라인 유통업태의 총 매출은 14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늘었다. 대형마트 역시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6% 늘었지만 유통업태 전체 총 매출 가운데 매출 비중은 12.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태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면서 대형마트 매출도 올랐지만 상승폭은 다른 업태에 비해 제한적이란 분석이다.
대형마트의 1인당 구매 단가도 줄고 있다. 올해 7월 대형마트의 1인당 구매 단가는 4만6355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한 것. 올해 4월과 5월을 제외하면 올해 모든 달에서 전년보다 줄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는 서울 서부권 핵심 점포인 목동점까지 문을 닫을 계획이다. 소유주인 양천구와 임대 계약이 종료돼 2024년 11월 폐점 예정이다.
실적 반등 복안은 메가푸드마켓이다. 메가푸드마켓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한 홈플러스의 미래형 대형마트 모델이다. 홈플러스는 작년 2월 인천 간석점을 시작으로 현재 20개 매장을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메가푸드마켓으로 리뉴얼한 10개 매장의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최근 강동점을 메가푸드마켓2.0으로 선보였다. 메가푸드마켓 2.0의 핵심은 기존 신선식품 경쟁력에 더해 고객 동선 효율화, 연계 진열한 것이 특징이다. 고객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구매 빈도, 구매 연관 식품 분석 결과에 따라 고객들의 동선을 개선하고 연관 제품을 옆에 진열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메가푸드마켓 강동점의 경우 라면 매대 옆에 즉석밥이 있다. 소비자의 구매 이력과 동선을 연결한 것이다. 이외에도 정육과 주류 구매 소비자가 치즈를 많이 구매한다는 데이터를 반영해 정육ㆍ주류코너 사이에 치즈코너를 마련했다. 베이커리존에는 우유, 파티용품을 연계 진열했다.
임재흥 홈플러스 영업부문장은 “강동점을 시작으로 올해 서울·경기권 등 전국 주요 매장을 ‘메가푸드마켓 2.0’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오프라인 핵심 경쟁력인 고객 가치를 재설계 해 홈플러스 지속성장의 주요 축을 이뤄나갈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