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악화' 유업계, 영업이익률 5% 미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서울우유에 이어 다른 우유업체들도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대다수 업체의 실적이 좋지 않은 만큼 정부 눈치를 보면서도 고민이 큰 분위기다. 인상 계획을 아직 발표하지 않은 회사들은 좀 더 시일을 두고 가격조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에 이어 매일유업, 남양유업도 곧 제품 가격 인상 폭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날 서울우유는 대표 제품인 '서울우유 나100%우유' 1000밀리리터(mℓ) 제품 출고가를 3%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인 리터(ℓ)당 8.8%의 3분의 1 수준이다. 원유 가격은 매년 우유업계와 낙농가로 구성된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다. 원유 가격 인상 수준에 따라 유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서울우유가 원유 가격 인상분에 비례해 출고 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은 정부의 가격 압박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들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품업계를 향해 가격 인상 최소화를 줄곧 당부해왔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 가격 인상 결정 직후 유업체들과 만나 과도한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서울우유가 가장 먼저 정부 방침을 따르면서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원유 가격 인상분만큼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두 업체는 현재 가격 인상 폭을 논의하는 단계로, 발표 시기는 미정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좀 더 시일을 두고 인상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대다수 우유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타 식품사의 경우 통상 10%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반면 유업체들은 5% 미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1조422억 원, 영업이익 23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상반기보다 9.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2% 수준이다. 서울우유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분기에도 1.9%에 불과했다.
다른 유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남양유업은 올 2분기 67억 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199억 원)와 비교하면 손실 폭은 줄였지만 계속 적자 신세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간 기준 8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매일유업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올 2분기 전년 동기보다 55.3% 증가한 21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인 4.8%에 그쳤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3.6% 수준이었다. 매일유업은 경영 악화 타개를 위해 최근 2020년 이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식음료업계는 대다수 유업체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주요 업체들이 앞서 라면ㆍ제과업체처럼 비인기 품목만 가격을 내릴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물가 인상에 대한 국민 염려를 충분히 감안해 가격 인상 수준과 시기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