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상품 가격 ‘꼼수 인하’로 소비자들은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물가 변동의 본질인 원료 가격 관리에 힘쓰고 기업이 소비자와 상생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20일 본지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물가 개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하며 “상품 가격은 기업이 정하고, 정부는 원료 가격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료 인상으로 원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너무하다”며 “라면이나 식음료 제품의 경우 특성상 원래 단가 자체가 높지 않아 가격이 내린다고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개입하기 보다는 기업이 가격을 정할 수 있게 놔둬야 한다”며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잠시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여도 곧 튀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인 상황에서 가격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여주기식 가격인하로 보일 수도 있지만 기업은 살을 깎는 고통을 느끼는 상황인 만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위적인 물가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기업의 상생 의지가 중요하며 정부가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업이 상품 가격을 내리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신 기업도 적정한 마진을 남기고 국민과 상생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조금 자제해야한다. 꼼수를 부리지 말고 솔직하고 정직하게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기업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이 단기적으로 가격 인하를 할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 점차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거나 세분된 가격 정책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물가에 개입하는 근시안적인 대책만 세울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원료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정부가 수입 원가를 절감할 방안을 지원해 기업의 가격 인상 요인이 적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정부는 기업이 만드는 제품 가격이 아닌 원료 가격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최종 소비자 가격은 기업이 결정하고 밀가루‧닭고기 등 원재료는 정부가 미래를 예측하고 수급을 조정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료 가격 관리를 위해서는 환율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대종 교수는 “정부가 장기적으로 물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75%로 매우 높고 원료 수입 비중이 특히 크다”며 “환율이 오르면 원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정부가 외환보유를 늘리는 식으로 환율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