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 끝나자 이동 줄어…7월 21만건 전달比 18%↓
“알뜰폰 사업, 여전히 이통 3사 정책에 좌지우지돼”
중저가 단말 출시 등 자구책 노력…정책 뒷받침 필요
알뜰폰 가입자가 800만 명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으로 눈을 돌리면서다. 업계가 너도나도 내놨던 ‘0원 요금제’는 알뜰폰 ‘환승’의 구미를 당겼다. 그러나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는 점차 주춤해질 전망이다. 0원 요금제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통3사의 보조금이 줄어들면서다. 0원 요금제는 알뜰폰 가입자를 늘려줬지만, 결국 알뜰폰 업체가 자생력을 갖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14일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월 이용료가 없는 ‘0원 요금제’는 3개뿐이다. 알뜰폰 업체들이 연이어 0원 요금제를 내놓던 상반기, 총 70개 가량에서 95% 줄어들었다. 0원 요금제는 ‘6개월 한정’ 등 특정 기간 동안 무료로 쓸 수 있는 요금제다.
0원 요금제 증가에 힘입어 알뜰폰 가입자도 빠르게 증가했다. 과기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알뜰폰 가입휴대폰 회선 수는 809만 명이다. 지난해 12월 말 727만 명과 비교하면 11% 가량 증가했다. 상반기에만 알뜰폰 가입휴대폰 회선 수는 약 82만 명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0원 요금제 경쟁이 줄면서 알뜰폰 환승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집계한 7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수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 건수는 21만8316건에 그쳤다. 6월 26만5985건 대비 17.9% 감소했다.
5G 가입자 증가세는 점차 둔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동 통신사에서 받는 ‘보조금’을 통해 0원 마케팅을 실시했다. 하지만 6월부터 통신3사가 알뜰폰 업체에 제공하던 판매장려금을 대폭 줄였다. 가입자 당 20만 원 수준으로 주던 보조금을 대폭 줄이면서 사실상 출혈 경쟁이 마무리 됐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0원 요금제가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에도 가입자 확대에 무게를 뒀다. 결국 0원 요금제로 이통3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이같은 출혈 마케팅 없이는 가입자 유치가 어렵고, 결국 이통3사의 지원 없이는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0원 마케팅은 이통사에서 지원금을 그만큼 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이제 지원금이 예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0원 요금제와 같은 파격 마케팅이 불가능해졌다”라며 “결국 알뜰폰 사업은 여전히 이통3사 정책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가입자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실속파 소비자를 공략하면서 니치마켓을 뚫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관심이 있는 이용자들에 맞춰 중저가 단말을 출시하는 등 알뜰폰 업계에서도 돌파구이자 차별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알뜰폰사업자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7월 초 내놓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지원책을 골자로 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이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원책은 알뜰폰 사업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등에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 하고, 도매대가 산정방식도 다양화한다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