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에 K바이오도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ADC 항암제 선봉에 선 ‘엔허투’에 버금가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레고켐바이오를 선두로 바이오기업은 물론 전통 제약사들도 AD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ADC 강자 레고켐바이오는 2015년부터 총 12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 누적 기술수출 금액이 6조5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암젠과 1조6000억 원 규모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콘쥬올(ConjuAll)이란 자체 ADC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암종을 타깃으로 ADC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콘쥬올은 링커 기술을 개선해 더 효율적으로 암세포에서 끊어지고, 혈중에서 좀 더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항체와 페이로드가 특정 부위에서만 결합해 균질한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포순제약에 기술이전한 ‘LCB14’는 올해 3월 중국 임상 3상에 진입했고, 다양한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LCB84(TROP2-ADC)’은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1/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피노바이오는 새로운 ADC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ADC 플랫폼 ‘PINOT-ADC’는 기존 ADC플랫폼 대비 독성 문제와 좁은 치료범위 등을 보완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로직스, 안국약품, 에스티팜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유치를 받았다. 셀트리온 및 미국 컨쥬게이트바이오와 기술이전 계약도 체결했다.
에임드바이오는 6월 중국 ADC 전문기업 진퀀텀헬스케어(GeneQuantum Healthcare)와 최대 5종의 ADC 파이프라인을 공동으로 연구개발(R&D)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해 4월부터 ‘AMB302/GQ1011’ ADC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동 개발을 진행해 왔다. 내년 상반기 IND를 제출해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전통 제약사들도 ADC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종근당은 2월 네덜란드 시나픽스의 ADC 기술 3종을 도입했다. 시나픽스의 ADC 플랫폼은 항체를 변형 없이 ADC로 적용할 수 있어 효능이 우수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진제약은 1월 국내 바이오기업인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신약개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기전의 페이로드를 만들어 기존 ADC 치료제 페이로드와 차별화를 꾀하고, 노벨티노빌리티는 삼진제약의 페이로드에 링커 기술(PREXISE-L)을 활용해 ‘링커-페이로드 결합체(LP결합체)’를 개발할 예정이다
피노바이오의 ADC 플랫폼을 도입한 셀트리온은 최대 15개의 약물에 이를 적용할 수 있다. 개발에 모두 성공하면 1조8000억 원 규모의 기술료를 지급하게 된다. 고형암 타깃 ADC 항암제를 개발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ADC 분야에서 K바이오의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의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ADC 분야의 특성상 페이로드, 링커 등 필수요소 구비가 중요하나 국내 벤처들이 완벽히 커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라며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정부에서 마련해준다면 글로벌 임상 및 해외 공동연구개발에 도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