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 설화 등 논란에 조기 해체 수순
좁은 인재풀·이념 인선·공적마인드 부재 지적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잇단 설화·가정사 논란 속에 여야를 막론한 사퇴 압박에 시달리면서 이재명 대표의 과거 부실 인사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의 협소한 인재풀, 이념지향적 인선, 공적 마인드 부재 등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8일 민주당에 따르면, 혁신위는 오는 20일께 활동을 종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초 9월 초로 예상된 활동 기간을 약 2주 앞당긴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여명(餘命) 비례투표' 발언으로 불거진 노인 비하 논란, 김 위원장 시누이의 가정사 폭로와 김 위원장 아들의 재반박 등에 따른 진실공방이 조기 해체의 주된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혁신위는 이날 대의원제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10일로 순연했다. 비명(非이재명)계를 중심으로 혁신위 해체론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혁신위 해체는 물론 김 위원장을 발탁한 이 대표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당에 큰 해를 입히고 부담이 되고 있다"며 "스스로 해산하든가 사퇴해야지 혁신안에 집착하면 더 악수를 두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스스로 구성하고 출범시킨 혁신위가 엉망진창이고 온갖 구설에 휘말리고 당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 현실이면 빨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며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논란에 유감을 표하기는 했지만 경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혁신위 논란을 고리로 이 대표에게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혁신위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며 "마치 '이재명 리스크'를 물타기 하려고 김 위원장이 총대를 메고 논란을 일으키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앞서 논란이 된 이 대표의 외부 영입 사례도 회자된다. 당장 김 위원장의 직전 혁신위원장으로 인선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천안함 자폭' 표현 등 막말 논란에 휩싸이면서 임명 9시간 만에 사퇴했다. 지난 대선 당시에는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혼외자 논란 등 사생활 문제로 인해 나흘 만에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조 교수는 당시 당의 영입인재 1호로서 상징성이 있었던 만큼 타격이 상당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막말' 이 위원장에 이어 노인 비하, 시부모 논란의 김 위원장까지 이재명표 인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패륜'"이라며 "웬만한 패륜으로는 '패륜 끝판왕' 이재명 대표 눈에 들기 힘들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부족한 공적 마인드와 균형 감각이 인사 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일단 이 대표의 인재풀이 좁고, 이념지향적 인선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사생활이나 경력 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이라며 "정치 지도자로서 공적 마인드, 균형 감각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에 검증 자원이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자질 문제는 이 대표의 정치 지도자 자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대표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비명계 관계자는 "영입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 가능한 영역이었는데도 하지 못했으니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논란과 별개로 당대표에게 친화적으로 움직이는 혁신위가 당이 나아갈 방향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더 비판받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