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와 철강사가 하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조선업계는 후판 원재료의 가격 안정화를 앞세워 후판가 인하를 주장하지만, 철강사들은 실적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은 최근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과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철판으로 주로 선박용 자재로 사용된다. 가격은 선박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하기 때문에 조선사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조선 업계와 철강사들은 통상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씩 후판가격을 협상한다. 앞서 상반기 협상에선 전반기 대비 소폭 인상된 톤(t)당 90만 원 중반대에 협상이 타결된 바 있다.
조선 업계는 철광석, 원료탄 등 핵심 원재료의 가격 하락을 강조하며 후판가 인하를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중국 철광석 현물가격은 톤당 110.05달러로 연초 대비 7.6달러 떨어졌다. 철광석을 녹일 때 쓰이는 호주산 제철용 원료탄 가격도 연초 대비 19.52% 떨어진 톤당 237달러다.
반면 철강 업계는 가격 인하 폭 최소화를 꾀한다. 2020년 하반기 t당 60만 원대였던 후판 가격은 지난 3월 최고 120만 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철강사들은 원료비, 인건비 상승 등의 원가 부담을 배경으로 꼽는다. 특히 자동차 산업 성장 둔화, 건설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 둔화가 예상돼 조선 업계와의 협상에 예민하다. 철강 업계는 올해 철강 수요로 8090만t을 예상했다. 지난해 7700만t보다 약 5% 증가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후판가 인하를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분기 중 철광석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며 중국산 후판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국내산의 경우 5월까지 상승한 후 6월에서야 소폭 하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며 “4월 이후 국제 철광석 가격도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의 요인으로 이러한 추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