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지속하고 5주 연속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이달 중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며 2단계 방역완화에 돌입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고위험군의 경우 여전히 코로나19 감염이 건강에 치명적인 만큼 하향 조치를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4만5529명으로 지난주의 3만8803명보다 17% 증가했다. 일 평균 재원 위중증 환자는 174명, 사망자는 13명으로 집계됐고, 확진자 증가세는 5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보건당국도 코로나19 유행 증가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치명률이 오미크론 유행 시기의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하면, 현재 의료대응 역량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달 내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고, 코로나 대응체계를 일반의료체계로 완전히 전환할 계획이다.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정되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입소형 감염취약시설 등 일부 남아있던 마스크 의무 착용이 모두 해제된다. 또 코로나19 확진자 전수 조사 역시 중단되며, 코로나19 검사비와 치료비는 대부분 환자 본인 부담으로 전환된다.
이를 두고 의료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위중증률, 치명률이 낮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며 “아직 팬데믹이 지속 중인데, 엔데믹으로 간주하고 있다. 확진자가 늘면 위중증환자, 사망자도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매일 10여 명 이상 고위험군이 사망하고 있다. 수해로 한두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난리가 나는데, 코로나로 인한 사망에 대해선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정부가 정확하게 상황을 알려주고 개인 방역에 대해 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고위험군에게는 여전히 코로나가 위협적이다”라고 밝혔다.
또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4급으로 하향한다는 건 독감과 같이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확진자 전수조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 확진자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연구위원은 “가장 걱정되는 건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라고 우려했다. 신 연구위원은 “효과적인 방어책임에도 더 이상 국민에게 정책적으로 (대규모 백신 접종 등을) 진행할 수 없다. 독감과 같이 고위험군에 대해서만 무상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 같다”면서 “또 치료제도 국가 지원이 끊기게 되면서 개인 부담이 높아져 처방률이 낮아지게 되리라 본다. 코로나19를 기존 의료체계에서 감당해야 하는 건 맞는데 감당이 가능한 상황인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방역 완화를 두고 재정절감만 고려한 정책이라고 혹평했다. 이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기관과 취약시설의 현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병원과 요양원 같은 취약시설에서 코로나19는 절대 인플루엔자처럼 취급할 수 없다. 방역완화 안대로 진단과 치료 관련 수가지급을 비급여화하면 취약한 환자들이 있는 곳에 고삐 풀린 망아지를 풀어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가 국민 건강에 역행하는 졸속 조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는 지난달 31일 ‘코로나19 감염병 단계 하향 조치 재고를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의원협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6월 일상회복 선언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적극성이 떨어져 숨은 감염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협회는 “코로나19 전문가 신속항원검사비용과 치료제 약값을 환자 본인 부담으로 하게 되면 검사를 받는 환자 수가 대폭 줄어 그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수만 명의 환자로 가을에 다시 대유행이 발생할까 우려스럽다. 질병청은 코로나19 전염병 단계 하향을 신중히 고려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