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논란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양평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정부와 여당의 해명에도 야당의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당정이 사업 백지화를 결정하고 다음 정부에 공을 넘겼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개발 계획과 다른 도로교통 계획과 연계한 고속도로 사업이 무산되면 정책 유기성이 떨어지고, 해당 지역 주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국회에서 당정 회의를 마친 뒤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부터 전면 중단한다”고 말했다.
양평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논란은 5월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 공개에서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변경 종점지에서 약 500m 거리에는 김 여사 일가가 보유한 부동산이 확인됐다.
원 장관은 사업 중단을 발표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의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어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한다”며 “이 노선이 정말 필요하다면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김 여사 일가 특혜로 규정하고 대규모 공세를 펼쳤다. 이날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당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양평고속도로 주관 부처인 국토부도 진화에 나섰다. 국토부는 이날 양평고속도로 건설 의혹과 관련 사실관계를 정리한 자료를 내놨다.
우선 ‘기관 협의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종점을 변경했다’는 의혹에는 “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 영향평가 과정에서 기관 협의를 이행했고, 총 3가지 노선안을 놓고 주민 설명회 개최를 앞뒀지만 의혹 제기로 의견 수렴이 중단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안과 다른 대안 노선을 왜 내놨느냐’는 물음에는 “예비타당성 안보다 대안이 주변 도로 교통량을 하루 2100대 이상 흡수해 두물머리 인근 교통정체 해소 효과가 크다”고 답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예타안은 하루 1만5834대, 대안은 2만2357대를 소화할 수 있다.
이 밖에 김 여사 일가 땅값 상승 의혹에 대해서도 “종점은 고속도로 진출입이 불가한 통과구간(분기점, JCT)로 나들목(IC)과 다른 개념”이라며 “JTC는 지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로 정치권 대립은 일단락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국가 교통정책이 정치 다툼으로 무산된 만큼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전망이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교통량을 조절하거나 분산시키는 정책을 펼치는데 (이번 사업 백지화로) 기존 고속도로와 함께 계획되는 사업이나 개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면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추 교수는 “도로교통 체계는 단편적인 개념이 아니라 수도권 개발 계획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구성한다”며 “느닷없이 한 곳의 사업이 백지화되면 연결성에 문제가 생기고, 해당 지역 주민의 이동에도 불편함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멈추면 주민이 교통 문제로 피해를 받는다”며 “교통량 분산이 지연돼 기존 고속도로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