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점 체제에 빠진 통신업계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과점체제인 통신업계의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관계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랴부랴 TF를 구성하고 논의에 돌입, 이번 주 중 통신비 인하 정책을 담은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을 발표한다.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는 명분이지만, 업계에서는 도 넘은 정부의 간섭에 시장경제가 흐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간섭에 ‘제4이통사’ 난항 = 과기정통부는 6일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을 발표하고 하반기 통신정책을 대대적으로 변경한다. 경쟁촉진방안에는 단통법 개정과 추가지원금 상향, 로밍요금 인하, 풀MVNO 지원, 제4이통사 지원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간담회를 통해 “7월 초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방침은 이통3사의 과점체제를 깨고 경쟁을 통해 통신비를 낮춘다는 것이 기본 전략이다. 국내 통신사가 현재의 3사 과점 체계로 굳어진 것은 약 20년 전부터다. 현재는 모든 휴대전화 번호가 ‘010’으로 시작하지만 과거에는 011(SKT), 016(KT), 017(신세기통신), 018(한솔통신), 019(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구분할 수 있는 번호를 사용했다. 1999년 SKT가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하고, 2000년 KT가 한솔통신을 품으며 현재의 통신3사 체계가 완성됐다.
이처럼 20여년 이상 과점을 유지하고 있는 통신3사 체제에 정부가 개입하고 있다. 정부는 이통3사로부터 반납받은 28㎓ 주파수를 활용해 제4이통사 진입을 검토하고 있다.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를 배출해 경쟁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시장경제가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해 제4이통 후보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정작 신규사업 후보 기업들은 통신시장에서의 생존을 확신할 수 없어 진입을 망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해 제4이통사를 출범한다고 해도 기존 이통3사 체계가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 흐름을 순리대로 가져가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통신업계의 자정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구당 월평균 10만 원 이상의 통신비를 부과하며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네트워크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점이 정부가 개입하도록 만든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압박에 정책을 변경하고 있지만, 요금제 인하에는 소극적인 모습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선 “생존 경쟁부터 걱정” = 정부는 알뜰폰 시장에도 개입하고 있다. 알뜰폰은 통신3사의 과점을 막기 위해 도입했지만, 영향력이 미미한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4월 말 기준 1389만 명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 가입자 1634만 명과 비교하면 차이는 약 300만 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알뜰폰을 출범하면서 통신3사 자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50%를 넘으며 유명무실한 규제로 전락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는 통신 자회사들이 수익을 위해 휴대폰 회선 가입 유치에 집중하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흐름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에는 도매대가를 인하하는 방안도 담겼다. 알뜰폰이 이동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인 도매대가를 낮춰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알뜰폰 업계에서는 도매대가 인하가 오히려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돕는 꼴이 됐다며 생존경쟁도 걱정하고 있는 처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 수가 이통3사 수준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정부가 개입해 알뜰폰 진흥을 외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