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지출 금액 큰 탓에 ‘쟁여두기’ 소비 기피
‘고물가=창고형 할인매장’ 공식 깨지나
고물가에는 창고형 할인매장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대용량 제품을 취급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특성상 단위 용량 당 가격이 낮음에도 한 번에 지출하는 금액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지 않아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올해 1~5월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트레이더스 동탄점을 제외한 기존 점포의 1~5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줄었다. 트레이더스의 매출 감소는 코로나19 시기 고성장에 따른 역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게 신세계그룹의 설명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트레이더스의 매출이 크게 신장했다”며 “(엔데믹으로) 외식 등을 하면서 매출이 소폭 빠진 것인데 지난해 성장 한 것이 빠진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잘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출점도 더다. 현재 21개 점포를 운영 중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25년까지 5개 점포를 추가로 출점할 방침이다. 2019년 월계점 오픈 당시 2022년까지 점포수 28개, 2030년까지 50개 출점 목표를 세웠으나 사업을 진행하며 이를 일부 수정했다.
공격적인 출점을 예고했던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 맥스도 4호점을 끝으로 현재 출점이 멈췄다. 롯데쇼핑은 2022년 1월 롯데마트 맥스 전주 송천, 광주 상무, 목포점을 출점한 뒤 그해 3월 창원점을 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현재 롯데마트 맥스에 대한 출점 계획은 구체적으로 잡혀있는 게 없다. 롯데마트 맥스를 출범할 당시 내세웠던 2023년까지 20개 매장 확대 계획이 사실상 틀어진 셈이다.
홈플러스의 경우 창고형 할인매장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홈플러스 스페셜 점포 수는 12개다. 홈플러스는 2018년 창고형 할인매장과 대형마트를 섞은 하이브리드형 점포인 홈플러스 스페셜을 선보였다.
하지만 2019년 12월 이후 홈플러스 스페셜에 대한 출점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이들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게 홈플러스 측의 설명이다. 메가푸드마켓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한 홈플러스의 미래형 대형마트 모델이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침체 요인을 두고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소득 1·2·3분위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소득은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1.5%, 2.4%, 2.1% 줄었다. 3분위는 소득 상위 40~60%로 중산층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창고형 할인매장은 대용량 제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단위 용량 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대용량 구매 시 소비자가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크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만큼 지출 규모가 큰 소비를 피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침체 국면에서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많이 위축된다”며 “대단위, 대용량 품목의 경우 절대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적극적으로)소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