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 받는 금액 차이 215만 원에 그쳐
“부채문제 해결 못하고 자산격차 키울 수도”
청년층을 위한 정책금융은 부채 규모가 크고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따지지 않은 채 돈을 얹어주는 지원책은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더러 자칫 세대 내 자산 격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회생사건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청년의 개인회생신청 비중은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6.6%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45.1%) 보다 1.5%포인트(p)상승한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전체 가계부채 중 청년층의 기여율은 2018~2019년 30.4%에서 2020년 이후 41.5%로 확대됐다. 그만큼 청년 세대들이 불어나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금리 인상에 따른 청년층의 부채상환 부담 증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청년세대는 소득이 적고 자산 대비 부채는 많은 데 반해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또 금융시장 접근성이 낮아 일시적인 충격에도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청년세대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이들은 저소득, 다중채무 청년 등 취약계층이다. 취약층일수록 악화한 경제 상황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가 ‘더 취약한 청년층’에게 두터운 지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청년도약계좌의 설계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5년간 5000만 원’ 목돈 마련을 목표로 하는 정책금융상품 청년도약계좌에는 총급여 기준 연소득 7500만 원 이하의 청년층도 가입할 수 있다.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받는다. 그러나 연소득 7500만 원은 국내 청년 평균 연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만 25~29세 청년의 평균 임금 수준은 연 3773만4000원이고 만 30~34세 청년의 평균 임금 수준은 연 4619만7000원이다.
청년도약계좌와 관련해 예산 결산 심사가 이뤄지던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고소득 청년층이라 볼 수 있는 연소득 7500만 원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정무위 1차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도약계좌와 관련해 “경제 상황이 어렵고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에게 버팀목을 해주는 게 국가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소득이 적을수록 정부 기여금을 많이 지급하는 식으로 차등을 뒀다. 하지만 연소득 차이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소득 수준이 5년간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연소득이 각각 2400만 원, 7500만 원인 두 청년이 도약계좌로 5년간 70만 원씩 저축한 후 받는 최대 수령액 차이는 215만6750원(4896만500원-4680만3750원)에 그친다. ‘자산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금융상품에만 집중하면 청년세대 내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세대 내 자산 격차를 줄이고, 부채 문제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미루 KDI 연구원은 “정부는 청년층 차주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한계 상황에 직면한 청년 차주에게 기존 채무를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할 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도약계좌는 여력이 되는 청년들이 활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청년층 지원책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저소득 청년이 교육, 주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