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7억9000만 달러(약 1조 원) 적자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석 달 만에 힘겹게 흑자 전환했지만, 기조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까지 경상수지는 53억7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억1000만 달러 흑자)과 비교해 203억8000만 달러나 줄었다.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은 4월 수지에 대해 "적자라도 내용을 보면 나름 선방했다"며 "4월은 외국인 배당 지급으로 큰 폭의 본원소득 수지 적자가 나타나는 시기지만, 올해 4월 적자 규모(9000만 달러)는 직전 8개년도 평균(36억9000만 달러)보다 크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4월 경상수지를 항목별로 나눠보면, 상품수지가 5억8000만 달러 흑자였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첫 흑자다. 수출(491억1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16.8%(99억3000만 달러) 줄었다. 8개월 연속 감소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반도체(통관 기준 -40.5%), 석유제품(-27.4%), 철강제품(-15.7%), 화학공업 제품(-12.8%)이 부진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29.1%), 중국(-26.5%), 일본(-21.1%), 미국(-4.4%)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다만 승용차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0.9% 늘었다.
수입(485억3000만 달러)도 13.2%(73억8000만 달러) 줄었다. 특히 원자재 수입이 작년 같은 달보다 20.5%나 감소했다. 원자재 중 석유제품, 원유, 석탄, 가스 감소율이 각 39.7%, 30.1%, 21.3%, 15.5%에 이르렀다.
서비스수지는 12억1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억8000만 달러 흑자에서 1년 사이 15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다만 적자 폭은 3월(19억 달러)보다 다소 줄었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5억 달러)가 적자 행진을 이어갔지만, 적자 폭은 3월(-7억4000만 달러)보다 줄었다. 이는 해외 여행객 감소가 아닌, 국내 입국자 증가의 영향이다.
이동원 금융통계부장은 "입국자가 4월에 8만8000명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줄어든 것"이라며 "4월 해외 여행객은 전달보다 2만5000명 늘었다"고 설명했다.
운송수지는 3월 적자(-2000만 달러)에서 벗어나 30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본원소득수지는 3월 36억5000만 달러 흑자에서 4월 9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에 대한 배당이 늘면서 배당소득 수지가 한 달 사이 31억5000만 달러 흑자에서 5억5000만 달러 적자로 37억 달러 급감한 영향이 크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4월 중 48억2000만 달러 줄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9억8000만 달러 늘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7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각 17억5000만 달러, 53억8000만 달러 증가했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도 한은은 향후 개선을 낙관했다.
이 부장은 향후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 "5월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4월보다 감소했고, 5월의 경우 일반적으로 외국인 배당 지급도 줄어 본원소득 수지가 흑자를 내는 만큼 5월에도 경상수지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1일 평균 수출액(조업일수 영향 배제)이 작년 10월 이후 처음 24억 달러 대를 회복했고, 반도체 수출 물량의 감소율(전년 동월 대비)이 최근 0.3% 정도까지 낮아졌다"며 근거로 들었다.
이어 "경상수지 개선세가 상품수지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회복해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