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거래량이 회복세고 가격도 위를 바라보는 모습이다. 하지만 빌라는 이와 반대로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전세 사기 등의 여파로 빌라를 찾는 사람이 급격히 줄면서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5주(5월 29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은 0.04% 상승했다. 한 주 전 1년 만에 상승 전환한 뒤 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5월 30일 기준 0.01% 하락한 후 51주 연속 떨어진 바 있다.
전반적으로 급매물 소진 이후 매매가격이 완만하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선호지역과 주요단지를 중심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
송파구는 잠실과 신천, 가락동 주요 대단지를 중심으로 오르면서 0.22% 상승했다. 서초구(0.21%)는 반포·잠원동 재건축, 강남구(0.13%)는 역삼·대치동 위주로 상승했다. 마포구(0.05%)와 용산구(0.04%)도 오름세를 보였다.
KB부동산의 'KB 선도아파트 50지수'도 지난달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국에서 시가총액이 큰 50개 단지로 구성된 이 지수는 가격 변동을 가장 민감하게 드러내 주택시장 선행지수로 꼽힌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의 조사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의 하락거래 비중은 39.5%로 2022년 4월 이후 처음 40%를 하회했다.
거래량도 살아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1000건을 밑돌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해 1월 1417건, 2월 2459건 3월 2984건, 4월 3184건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4월 매매 건수는 2021년 8월(4065건)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여파에 신음하는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은 아파트와 정반대다. 서울 빌라 매매는 지난해 9월 2000건 밑으로 떨어진 후 계속 1000건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2월부터는 매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저치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 1~4월 누적 기준으로도 6170건에 불과해 같은 기간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4월 평균 1만5000건 정도가 매매됐던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빌라는 경매시장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울의 빌라 낙찰률은 8.6%로 전월에 이어 한 번 더 최저치를 경신했다. 10채 중 1채도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서울 빌라 낙찰률은 올해 1월 14.1%에서 2월 10.7%, 3월 9.6%, 4월 8.7%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평균 매매가격(KB부동산 기준)도 작년 9월 3억6891만 원을 정점으로 내림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보통 빌라는 아파트가 먼저 살아나고 그 온기가 유입돼야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최근 1년 새 수억 원씩 떨어진 아파트값이 제자리를 찾는 수준이 됐을 때 빌라도 극심한 침체가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