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근무시간 도중 실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고시원 총무 A 씨가 고시원 운영자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체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진정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이 산정한 근로시간을 그대로 인용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성동구 한 고시원에서 총무로 근무하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3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고시원 운영자는 A 씨가 매일 1시간씩 근무를 했었다고 주장하며 임금을 지불했다. 이에 A 씨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 등 체불 진정 사건을 접수했다.
재판에서는 정해진 근로시간이 없는 경우 사무실 개방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봐야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이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의 근로시간 산정내역을 그대로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근로시간을 월 근무시간 124시간, 일 근무시간으론 약 4.1시간으로 산정했다.
2심 역시 원고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일 근무시간이 13시간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맡은 업무의 성격 또는 방식, 매일 또는 매월 평균적 투입 시간, 실질적 휴식의 방해 시간 또는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고의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피고에 대한 진정 사건을 담당한 근로감독관이 원고가 받은 월 급여액을 시간당 최저임금으로 나누어 원고의 근로시간으로 산정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다”면서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원고의 실제 근로시간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