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하고 과도한 형벌 완화해야”

입력 2023-05-18 15:57 수정 2023-05-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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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게 된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이 준비할 시간과 자금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처벌에만 집중한 과도한 형벌을 완화하고, 실효적인 예방이 이뤄지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8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성과와 한계, 그리고 합리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내년 1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처벌법 적용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예방보다 처벌에 집중된 상황에서 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인 규모로 특장차를 생산하는 신대양모터스 이병섭 대표는 “중소기업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짧은 근속 기간, 자금 부족 등으로 안전에 투자하기 위한 여력이 부족한 것이 많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유예해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수포장재 생산업체 씰앤팩의 김민규 이사는 “법안이 중소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것에 비해 중소기업의 부족한 인력구성, 비전문성, 근로자들의 낮은 책임감, 비 자발성 등으로 실제 산업현장에서 안전한 작업을 수행하는 당사자들의 인지도는 낮은 상태”라고 짚었다.

관련 법은 안전 관련 대기업에 준하는 조직 구성을 요구하는 데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 중소기업이 이를 상임으로 갖추기는 어렵다. 여기에 더해 현장 작업자들은 안전 관리에 인식이 부족한 상태다.

산업안전업무를 담당하던 총무직원이 퇴사하는 과정에서 후임자 충원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으면서 기존 프로세스가 단절되고 일상적으로 체크되던 사항들을 놓치게 돼 업무 공백이 발생하기도 한다.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일지를 수거하던 생산관리 주임이 퇴사하자 현장직원들이 일지작성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김민규 이사는 “어쩔 수 없이 외국 직원을 채울 수밖에 없고, 국내 직원도 소속감이 굉장히 낮은 직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교육을 하면 한 귀로 듣고 흘린다”며 “이런 괴리감이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이 사업자에게만 집중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근로자들의 참여가 실질적 참여가 되도록 정부부처의 지원가이드가 있고, 이를 준수해 실행했으나 근로자의 부주의 등이 원인으로 사고가 이어진다면 사업주뿐 아니라 근로자도 일정 형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병섭 대표도 “사업자나 책임자가 교육을 시켜도 효과가 없다”며 “근로자에게도 불이익이 오거나 처벌을 받게 돼야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에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형사법적 쟁점과 개선방안’, ‘중소규모 사업장 중대재해 감축 방안’ 등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이근우 가천대학교 교수는 “일반인들의 인식과 달리 결과 예방에 있어서 사후적인 형벌의 효과, 특히 형벌의 크기는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며 “과도하게 규정된 형벌 규정은 대폭 삭제하고 동일 사업주, 사업장 내에서의 반복적 중대재해 발생과, 그 경우 법인 등의 처벌에 대해서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중대재해 방지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한 경우 가중된 형벌을 감경하는 규정 등을 보다 상세하게 규정해 국가, 기업이 중대재해 예방에 더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인력이 부족해서 의무사항을 지키지 못했다는 응답이 77.8%를 차지했다.

특히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40.8%는 법 적용 시점인 내년 1월 27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52.8%는 2년 이상 법 적용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준원 숭실대학교 교수는 “법 시행 이후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에서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이 증가했지만,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여전히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짚었다.

이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 등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활동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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