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니켈·밀·LNG 등 원자재 시장서 위안화 결제 증가
서방의 러시아 제재 이후 속도 붙어
달러 초강세 따른 자국 통화 평가절하도 영향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펄프 회사인 브라질 스자노(Suzano)가 중국과 거래할 때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은 원자재 시장의 최대 구매국으로 스자노의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3%에 달한다. 월터 샬카 스자노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위안화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면서 위안화 결제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원자재 시장에서 막강한 구매력 파워를 앞세워 석유, 니켈, 밀, LNG 등 다방면에 걸쳐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3월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프랑스 토탈에너지로부터 6만5000톤의 LNG를 수입하면서 위안화로 대금을 지불했다. 중동산 LNG가 처음으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결제된 것이다. 중국이 중동산 에너지의 위안화 결제를 목표로 2015년 상하이석유가스거래소를 설립한 지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LNG의 위안화 거래에 물꼬가 트인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도 위안화로 결제하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아르헨티나도 10억 달러(약 1조3200억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 대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할 것이라고 밝혔고, 원자재 주요 수입국인 이집트 역시 최근 위안화 결제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알리 모셀리 이집트 국내물자·거래부 장관은 “올해 밀 수입 목표치는 500만 톤”이라며 “중국산 밀 거래 시 위안화 결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서 지난해 국경 간 위안화 결제 규모는 42조1000억 위안(약 8040조 원)로 전년보다 15% 이상 늘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위안화 거래가 가속이 붙었다. 서방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됐고, 최소 32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된 러시아는 이미 위안화 거래가 달러를 넘어섰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자국 외환시장에서 루블과 위안 거래량은 전체의 39%로, 루블-달러(34%)보다 많다.
지난달 방글라데시는 러시아에 3억1800만 달러에 달하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 대금을 위안화로 지불하기로 했다. 해당 거래는 달러 결제가 어려워지면서 1년간 중단됐지만, 최근 중국이 방글라데시 은행에 위안 거래를 승인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또한 올해 달러 초강세로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격히 평가 절하된 것도 위안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이집트 통화인 이집트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50%가량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입 물가가 치솟는 결과를 낳았다. 3월 기준 이집트 인플레이션은 32.7%까지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