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통합의 상징’ 지속 여부 주목

입력 2023-05-0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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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부서 군주제 폐지론 거세져
영연방 국가는 독립·식민지배 사과 목소리 커지고 있어
왕실, 다양성·친환경 강조 등 변화 움직임

▲영연방인 바누아투의 타나(Tanna)섬에서 한 부족민이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사진을 들고 있다. 타나(바누아투)/AFP연합뉴스
▲영연방인 바누아투의 타나(Tanna)섬에서 한 부족민이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사진을 들고 있다. 타나(바누아투)/AFP연합뉴스
찰스 3세가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고 영국은 물론 영(英) 연방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찰스 3세는 6일(현지시간) 영국 국교회 대주교가 수여한 2.23kg 무게의 왕관을 쓰고 대관식을 치렀다. 그가 쓰게 된 왕관의 무게만큼이나 영국 국왕으로서 마주한 과제는 산적하다.

찰스 3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연이은 대내외적 변수가 영국 시민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는 가운데 왕위에 오르게 됐다. 70년 넘게 영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선종 이후 가뜩이나 치솟는 물가에 영국 경제가 갈수록 퍽퍽해지면서 군주제 폐지론에도 힘이 실리는 가운데 찰스 3세가 영국 ‘통합의 상징’으로서 역할을 지속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이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주 발표한 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군주제 유지에 대한 영국 시민의 지지율은 62%로, 여전히 과반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조사대상을 18~24세 젊은층으로 좁혀보면 응답자의 36%만이 왕실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관식을 계기로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공화국 전환 움직임이 커지고 식민지배에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보수당 상원의원 마이클 애쉬크로포트가 최근 설문 조사한 결과 영국과 14개 영연방 중 6개국에서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공화국이 되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한 유권자가 더 많았다. 영연방 소속 12개 국가의 원주민 정치인과 유력인사 등은 최근 찰스 3세에게 영국의 식민 지배를 공식 사과하고 왕실 재산을 이용해 배상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 버킹엄 궁 앞에서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영국 국기가 보인다. 런던/신화연합뉴스
▲영국 런던 버킹엄 궁 앞에서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보기 위해 시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영국 국기가 보인다. 런던/신화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영국 왕실은 이번 대관식에서 다양성을 강조하고, 군주제의 현대적 이미지를 투영했다. 실제로 대관식에 가장 먼저 입장하는 성직자 행렬에는 국교회 외에 이슬람, 힌두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했다. 이와 함께 여성 사제가 대관식 역사상 처음 성경을 낭독했고, 타민족 출신 영국인의 참석도 대폭 늘렸다. 대관식 찬송가도 영어 외에 웨일스어 등 다른 언어로도 불렸다. 버킹엄 궁전 앞에서 열린 대관식 상영회에는 4000명의 영국 국립보건원 직원들과 참전용사들이 초청받기도 했다.

화려한 대관식에 세금이 들어가는 것에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안해 왕비의 예복 일부와 장갑, 의자 등은 새로 제작하지 않고 선대 왕비들의 것을 다시 썼다. 성유는 동물 친화적 재료로, 초청장은 재생용지로 만들어 현대 영국 사회가 중시하는 친환경 가치를 내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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